이곳의 글들은 대개 전대환의 저작물들입니다.
글을 사용하시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D씨의 하루
D씨의 하루
1999-09-16 (Thu) 전대환 [2004-09-28 00:52]
전대환 내일신문
D씨는 오늘도 오전 8시에 사무실에 들어섰다. 당연히 그의 컴퓨터는 켜져 있는 상태다. 퇴근할 때 전원을 내리고 간 컴퓨터는 오전 6시에 자동으로 켜지게 되어 있고, D씨가 출근하기 전인 오전 6시부터 제 스스로 하드디스크의 오류 검사를 하고, 디스크의 조각들을 모으는 작업을 다 마쳐 놓는다. D씨가 출근할 때는 최적의 환경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는 D씨의 일정을 화면에 띄워 놓는다. 이 화면에는 앞으로 1주일간의 일정, 약속, 모임, 그리고 그 동안 도착한 전자메일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일정을 대충 파악한 D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밤새 들어온 전자메일들을 점검하는 것이다. 오늘도 수십 통의 메일이 배달되어 있다. 업무와 관련된 메일들은 “귀하가 보내신 메일을 잘 받았습니다. 요청하신 내용은 빠른 시간 안에 처리 또는 조치될 것입니다...” 하는 내용의 답장 메일이 자동으로 갔을 터이므로 천천히 처리하면 될 일들이고, D씨를 반갑게 하는 메일들은 역시 개인적인 메일들인데, 캐나다에서 Ken Orr 박사로부터 온 안부 메일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물론 이런 종류의 개인 메일에 대해서도 “정말 반갑습니다. 지금은 아마 제가 잠을 자고 있거나 외출중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제가 이 서신을 보는 즉시 답을 드리겠습니다...” 하는 답장이 메일 도착 즉시 보내지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미 Orr 박사가 답신을 받았겠지만, 곧바로 개인적인 답장을 적어서 보냈다.
그 다음 눈에 띈 것은 아르헨티나의 Celeste로부터 온 업무상 메일이었다. 통신 장비와 관련한 아르헨티나 시장 정보였다. 고마운 것은 이 친구가 자기 프로필을 첨부해서 보냈기 때문에, 한 번의 클릭으로 정확하고 자세한 그의 신상이 D씨의 컴퓨터 주소록 항목에 자동으로 추가되었다는 점이다.
이제 꼼꼼히 할 일을 체크할 시간이다. 주소록에 입력된 수천 명의 관계 인물 중 오늘 생일인 사람은 없다. 있으면 멀티미디어 카드를 보냈을 텐데... 모임도 없다. 처리해야 할 과제는 모두 열두 가지다. 그 중 서너 가지는 해당 직원에게 메일로 처리 요청을 하고, 나머지를 처리하는 중에 ‘딩동딩동’ 하는 소리가 들린다. 화면 구석에 쭈그리고 있던 여비서가 종을 흔드는 소리였다. 서울의 P씨에게 전화할 시간이라는 것이다. 알았다는 표시로 비서 얼굴에 클릭을 하고 전화를 건 다음 일을 계속했다.
오후 5시, 일을 마칠 시간이다. 참, 낮에 아들 녀석이 온라인 투표에서 반장으로 당선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지. 이것도 소식이라면 소식이니까 가까운 친척들에게 전해야지. 01X PCS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간단한 메시지를 작성하고 ‘그룹 전송’을 눌렀다. 친척 가운데 01X 휴대폰 사용자들은 동시에 모두 같은 메시지를 받았을 것이다.
퇴근 후 운동하러 가는 D씨의 휴대폰에서는 몇 차례 삐삐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메시지를 받은 친지들이 축하 답신을 보냈다는 신호일 것이다. 그 중에는 전자메일이 왔다는 신호도 있을 것이고.... 이제 D씨의 앞에는 컴퓨터가 없다. 휴대폰도 꺼버렸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된 것이다.
저작권 ⓒ 이야기마을™, 1997~2014. 마을지기: 전대환.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 *'이야기마을'은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입니다(제41-0179291호).
온라인 오프라인 출판 분야에서 이 사이트 외에서는 '이야기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저작권]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1999-09-16 (Thu)
전대환 [2004-09-28 00:52]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