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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거짓말을 한다면?
컴퓨터가 거짓말을 한다면?
1999-06-19 (Sat) 전대환 [2004-09-28 00:48]
전대환 내일신문
Y2K, 곧 2000년 인식 오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한이 임박했다. 벌써 1900년대의 마지막 해가 반이 지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숫자 몇 개 때문에 그렇게 요란을 떨고, 한 편으로는 불안감마저 드는 것은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하면 대란(大亂)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문제는 시간이 들고 돈이 들어서 그렇지, 해결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컴퓨터가 숫자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헷갈리게 작동하는 정도를 가지고 이렇게 전 세계가 난리법석을 떠는데, 그 정도가 아니라 만일 컴퓨터가 아예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상상도 못할 끔찍한 일들이 겉잡을 수 없이 벌어질 것이다.
컴퓨터가 지금까지, 20세기의 마지막 혁명이라고까지 불릴 정도로 대접을 받는 것은, 근본적으로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만일 컴퓨터가 거짓말을 할 줄 알게 되는 시대가 온다면 그 때는 또 한 번의 혁명기일 것이다. 그 때가 되면 거짓말하는 컴퓨터에 대한 또 다른 대책이 나올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그야말로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 이상의 다른 묘안이 없다.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3대 요인인 식량과 병비 그리고 백성으로부터의 신뢰, 이 세 가지 가운데 불가피하게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공자는 당연히 ‘병비’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남은 둘 중에 하나를 더 버려야 한다면 식량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공자가, 신뢰만은 끝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고 한 것은 신뢰는 국본(國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라를 적에게 빼앗기는 한이 있더라도, 먹을 것이 없어서 다 함께 굶는 한이 있더라도, 임금과 백성간의 신뢰만 있으면 나라를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신뢰가 깨어져서 백성들이 임금의 말을 믿지 않으면 다른 대책이 없으니, 그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라는 뜻이 아닐까?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검찰이 고급 옷 로비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발표했을 때, 못 믿겠다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검찰이 파업을 유도했다는 설(?)에 대해서는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훨씬 많다. 급기야, 서해안에서 수십 명이 죽고 다치는 전투가 벌어졌는데도, 이른바 국면 전환용 신북풍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가볍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대한민국의 착한 백성들이 지금까지 속아만 살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무서운 일이다.
컴퓨터가 거짓말을 하면 좀 불편하더라도 안 쓰면 그만이지만, 정부에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국민들이 안 믿으려 든다면 이것이 파국이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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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6-19 (Sat)
전대환 [2004-09-28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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