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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나쁜 부자, 착한 부자, 행복한 부자
[전대환 칼럼] 나쁜 부자, 착한 부자, 행복한 부자
2012-08-28 (Tue) 마을지기 [2012-08-29 16:52]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나쁜 부자, 착한 부자, 행복한 부자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기사입력 2012-08-28 15:42
시대가 흘러도 너 나 없이 부자 되는 데 관심이 많다.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낸 보고서에 따르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중산층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494만6000원이란다. 그러나 중산층(中産層)을 부자라고 할 수는 없다. 부자는 중산층(重産層)이다. 부자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먼저 나쁜 부자와 착한 부자가 있다. 나머지 한 가지는 조금 이따가 짚어보자.
자기들 뜻대로 법을 제정하여 구조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부자, 법을 적용하는 데 모종의 힘을 써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야 할 재화를 독식하는 부자,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임금을 떼어먹으면서 자기 배만 채우는 부자, 주변에 가난한 사람들이 널려 있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부자, 이런 부자들은 나쁜 부자다.
드물지만 착한 부자도 있다. 돈이 많으면서도 젊은 여자를 탐하지 않는 부자,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돈이 적은) 사람들이 부탁을 해와도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부자, 가난한 사람들이 도와 달라고 할 때 거절하지 않는 부자, 자기 배를 덜 채우더라도 사회적 약자를 굶기지 않는 부자, 고아나 장애아를 자기 아이처럼 기르는 부자, 재산이 많은 것을 자랑하지도 않고 거들먹거리지도 않는 부자, 이런 부자들은 착한 부자에 속한다.
착한 부자는 베풀 줄만 아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근본구조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예수 시대에 요셉이라는 부자가 있었다. 그는 아리마대 출신으로서, 예수의 아버지 요셉과는 동명이인이다. 이 사람은 공의회 의원이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국회의원쯤 될 것이다. 그는 의회에서 예수를 잡아 죽이자고 결의할 때 찬성하지 않았다.
행복한 부자는 만족함을 아는 부자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자기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오히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공평하게 살자는 예수의 하나님의 나라 운동에 찬동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해 목숨을 잃었을 때 이 사람은 로마 당국에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어 달라고 청했다. 그리고는 시신을 정성껏 수습한 뒤 바위를 파서 만든 고급 무덤에다가 모셨다. 부자가, 그것도 정치인이, 대역죄로 몰린 정치범의 시신을 거둔다는 것은 목숨을 걸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99%에 속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착한 부자는 고사하고 나쁜 부자도 될 수 없다. 일단 부자가 아니니까.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가장 행복한 부자는 만족할 줄 아는 부자다. 미국의 어느 연구소에서 자신이 부자인지를 알아보는 방법을 체크리스트로 제시했다. 그 내용은 이렇다. 첫째, 신발이 한 켤레 이상 있는가? 둘째, 끼니마다 선택할 수 있는 먹을거리가 하나 이상 있는가? 셋째, 자기 소유의 교통수단이 있는가? 넷째, 속옷이 한벌 이상 있는가? 이 질문들에 세 가지 이상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부자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지구인 가운데서 상당히 상류층에 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준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가 부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꼴찌 그룹에 속한다. 왜 그럴까. 세 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첫째는 불평등이다. 거지가 가장 부러워하는 상대는 부자가 아니라 자기보다 더 많이 얻는 거지라고 하지 않는가. 세계적으로 볼 때는 넉넉한 층에 속해도 주변 사람이 노동대비 소득이 많다면 행복을 느끼기 어렵다.
불평등·불안·불만족 때문에 '불행'
둘째는 불안이다. 우리에게 앞날은 예측 가능한 미래가 아니다. 어떤 일이 터져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에게 미래는 불안을 넘어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셋째는 불만족이다. 이만하면 그럭저럭 살 만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그것은 우리 사회의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워낙 구석구석까지 등수놀음에 찌들어 있어서 스스로 만족하다고 여기는 순간 이방인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의 입에서 장밋빛 공약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신이 대통령이 돼서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인데, 가능하지도 않지만 설령 대통령이 힘을 써서 국민소득을 높일 수 있다고 쳐도 앞서 말한 3불(不)을 해결하지 않으면 여전히 불행한 나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힘을 모아 불평등과 불안과 불만족을 함께 해소해보자고 마음으로 호소하는 후보는 언제쯤 나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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