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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종교
[전대환 칼럼]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종교
2012-07-11 (Wed) 마을지기 [2012-07-11 15:03]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종교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기사입력 2012-07-11 14:51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종교 편향성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개신교 장로인 그의 과거 행적과 발언내용이 비판의 대상인데, 당사자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그는 지금 기독교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기세를 꺾어달라고 기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희가 나 때문에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고, 터무니없는 말로 온갖 비난을 받으면, 복이 있다"는 예수의 말을 떠올리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을 수도 있겠다.
그의 재판 일화 하나가 눈에 띈다. 한 기독교 매체에 따르면, 그는 작년 부산지방법원 민사합의부 수석 부장판사로 재직할 때, 교회의 분쟁을 조정하는 재판정에서 목사와 장로에게 화해를 위한 기도를 요청하고 자신도 "아멘"이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소송 당사자인 목사와 장로가 무슨 일로 싸웠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기도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김 후보자의 진정성은 일단 인정하기로 하자. 기독교의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은 김 후보자의 이런 행동을 법관으로서 종교편향성을 드러낸 사례로 꼽을 수는 있겠지만 전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초기 기독교 사상을 확립한 인물인 바울은, 신도 사이의 소송을 두고 호되게 꾸짖은 적이 있다. "여러분 가운데는, 신도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여 줄 만큼 지혜로운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까? 그래서 신도가 신도와 맞서 소송을 할 뿐만 아니라, 그것도 믿지 않는 사람들 앞에 한다는 말입니까? 여러분이 서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부터가 벌써 여러분의 실패를 뜻합니다. 왜 차라리 불의를 당해 주지 못합니까? 왜 차라리 속아 주지 못합니까?"
더 위험한 것은 '성시화(聖市化)운동'
그래서 신도 사이의 분쟁을 법정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금기사항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속된 말로 '쪽 팔리는' 일인 것이다. 교회 장로인 김 후보자가 그걸 모를 리 없다. 비록 법정까지 오기는 했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도'까지 시켜가며 노력한 것은 가상한 일일 수 있다. 그리스도인의 '쪽 팔림' 방지를 위한 궁여지책이었다고 봐줄 수도 있다.
정작 위험해 보이는 것은 그의 '성시화 운동' 행적이다. 성시화(聖市化) 운동이란 전 시민을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자는 운동이다. 김 후보자는 2010년에 부산기독인기관장회 회장으로서 부산성시화운동본부 등과 합동으로 신년하례회를 열었다. 또 지난 6월에는 울산지방법원장이 된 직후 "울산에도 성시화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몇몇 기독기관장들을 만나 울산기독기관장회 창립 출범을 서두르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교인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골방의 기독교인이고 다른 하나는 거리의 기독교인이다. 예수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선자라고 하면서,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서, 숨어서 계시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고 당부했다.
그 '위선자'들은 "개종자 한 사람을 만들려고 바다와 육지를 두루 다니다가, 하나가 생기면, 그를 자기들보다 배나 더 못된 지옥의 자식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이다. 골방의 기독교인은 예수의 정신을 실천하는 데 관심이 있고, 거리의 기독교인은 기독교의 세력을 넓히는 데 관심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시장 시절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한 것과, 기독교인 연예인들이 연말 시상식 자리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라고 곧잘 말하는 것은 기독교 세력을 키워서 '성시화' 또는 '기독교국가화'하자는 의식이 바탕에 깔린 발언이다.
골방의 기독교인, 거리의 기독교인
기독교 세력을 키우려면 다른 종교들은 망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공개집회에서 "사찰을 무너뜨려 달라"는 기도를 하는 것이고, 2001년 인도에서 발생해 2만여 명이 사망한 지진을 두고 김 후보자 같은 이가 "기독교 복음을 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는 식의 발언을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공산화하자는 언행을 일삼는 사람이 대법관이 되려 한다면 어떨까? 그런 사상을 가지는 것이야 개인의 자유지만, 공산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그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대한민국을 기독교화 하자는 사람도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끔찍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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