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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거운 짐, 내려놓을 수 없을까?
이 무거운 짐, 내려놓을 수 없을까?
2012-02-20 (Mon) 마을지기 [2012-02-21 01:02]
전대환 미즈내일
이 무거운 짐, 내려놓을 수 없을까?
전대환 (구미 YMCA 이사장 | 한울교회 목사)
새 학년 새 학기를 앞두고 학부모들의 어깨가 무겁다. 돈 들 일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새 학교에 가서, 새 학년을 맞이해서 적응을 잘할까, 걱정도 크다. 어떤 외국어고등학교는 교복 값만 80만 원 정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점퍼와 운동화와 가방 등 남에게 빠지지 않을 정도의 ‘등교패션’을 갖추려면 교복 값 말고도 수월찮은 돈을 써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돈을 많이 쓰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이나 교사나 부모나 행복하지 않다. 한 사회학 교수가 스물일곱 나라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 고민이 생겼을 때 부모에게 제일 먼저 찾아가서 의논하는 학생의 비율이 한국이 꼴찌였다. 돈이 필요할 때 부모를 찾아가는 비율은 우리나라가 1위였다. 그런데 부모가 어렵고 못 살수록 자녀가 부모를 찾아가지 않는 나라 1위가 또한 우리나라였다. 가정이란 게 사랑의 공동체가 아니라, 부모는 돈 대주는 물주이고 아이들은 돈 필요할 때만 부모를 찾는 이상한 공동체가 되어버렸다.
그 원인은 ‘한 줄로 세우기’인 것 같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서열이 매겨진다. 그 서열이 진학할 학교를 결정짓는다. 고등학교와 대학에도 서열이 생긴다.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가가 그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처럼 여겨진다. 이러니 모든 것에 서열을 매기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다. 학생들이 점퍼나 신발이나 가방에 집착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무슨 일에서든 상위권에 속하지 않으면 존재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세상이기 때문에 옷에서라도 상위권에 들려고 애쓰는 것이다. 힘으로라도 ‘짱’을 먹고 싶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의 수능 격인 프랑스의 대학입학자격시험에는 이런 문제가 나온단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꿈은 필요한가?’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우리는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이건 과외나 학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학생들을 뽑으니까 대학도 서열이 없다. 파리에 가서 ‘어느 대학이 가장 좋은 대학이오?’ 하고 물으면 이상하게 쳐다볼 것이다. 경쟁은 하지만 서열은 없다. 학비도 무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서 우리나라 청년층의 대학교육 이수비율이 1위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가 대학에 들어간다. 그런데 대학등록금은 두 번째로 비싸다. 반면에 정부가 교육에 쓰는 돈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국가가 이렇게 부담을 못 해주니까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그 덕(?)에 우리나라 부모들의 지상목표는 자신들과 가족의 행복이 아니라 오로지 ‘자녀 대학 보내기’가 되었다.
서열에 묶인 아이들을 해방하고 교육비 부담에 짓눌린 부모들이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까. 있다. 대통령 후보나 국회의원 후보가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잘 살펴서, 서열사회를 해체할 수 있는 인물을 뽑으면 된다. 어떤 사람은, 자기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정치’라고 말한다. 나랏돈을 미래와 교육을 위해 쓰느냐, 쓸데없는 토목공사에 쏟아 붓느냐, 하는 것이 정치인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일을 하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어라.” 생텍쥐페리의 말이다. 짐을 내려주고 동기만 부여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길을 개척한다. 부모들은 아이들 공부에 전 삶을 걸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자유롭게 자랄 수 있는 세상, 교육비 때문에 부모들이 등골이 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어서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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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20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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