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글들은 대개 전대환의 저작물들입니다.
글을 사용하시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전대환 칼럼] 내리사랑, 내리양보
[전대환 칼럼] 내리사랑, 내리양보
2012-02-27 (Mon) 마을지기 [2012-02-27 15:23]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내리사랑, 내리양보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기사입력 2012-02-27 15:12
며칠 전에 딸아이가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식에 참석할 형편은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입학식이고 졸업식이고 한 번도 가본 일이 없었던 데다가, 대학 졸업식이니 웬만하면 틈을 내볼까 하고 인사치레로 물어봤다. "졸업식 몇 시에 해?"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개나 소나 다 하는 졸업인데 뭐 하러 오세요? 그냥 혼자 다녀올게요."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 그러면 잘 하고 와!" 대답을 하고는 그 내용을 트위터에 올려봤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며 사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그래도 안 가시면 쫌 서운할 텐데요." "그러다 정말 안 가시면 두고두고 원망 들으셔요." "저도 대학 졸업할 때 혼자 갔었죠. 근데 지나고 생각하니 왜 그랬을까 후회되던데요." "참 바르게 잘 키우셨네요! 멋지고 씩씩해요." "그래도 마지막 학창시절인데 꽃다발 들고 깜짝 다녀오시면 정말 기뻐할 것 같은데요." 그 가운데 하나, 눈에 띄는 글은 이랬다. "개나 소나 다 하는 대학 졸업일지 몰라도 졸업할 때까지 키워주시고 뒷바라지 해주신 졸업생 부모님은 위너! 축하받으러 다녀오시지요."
'아, 그랬지. 부모가 키웠지! 맞아, 마땅히 축하 받아야 해!' 이 생각은 잠시, 결국 가지는 못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축하 받아야 할 사람은 졸업생이 아니라 부모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들이 먼저 희생과 양보와 사랑과 신뢰를 내리 흘려보냈기 때문이다. '관계'에 있어서 희생 없는 결실도 없고, 양보 없는 원만함도 없고, 사랑 없는 화합도 없고, 신뢰 없는 성과도 없다.
축하를 받아야 할 사람은 부모
야권연대 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는 것 같다. 협상 과정에서 통합진보당이 먼저 '결렬'을 외치며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통합당은 '그러거나 말거나' 식인 것 같아 보인다. 최근 민심의 분위기와 몇몇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되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통합진보당은 수도권 10곳에 그 외 지역 10곳, 이른바 10+10을 요구하는 반면, 민주통합당은 수도권 4곳, 그 외 지역 1곳, 이렇게 4+1만 내주겠다고 주장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두 당의 관계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면 서로 욕심을 낼 수도 있고, 한 석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당은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니라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할 사이'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관계! 숭고한 관계다. 부부가 그런 관계이고, 부모와 자식이 그런 관계이고, 동기간이 그런 관계이고, 진정한 친구가 그런 관계이다. 이런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서로 부당한 일을 한 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서로 신뢰하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다. 두 당은 사소한 견해차를 보이기는 했지만 서로 상대에게 심각하게 부당한 일은 한 적은 별로 기억에 없다. 그 다음은 신뢰 문제인데, 쌍방의 신뢰를 측정해보는 방법은, 서로 상대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가, 따져보면 된다. 내가 누군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 나는 그를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나 남편이 서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면 그 부부는 신뢰하는 관계이다.
두 당이 서로 상대 당을 향하여 부당한 짓을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서로 신뢰하지 않아 피차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 판을 놓고 생각해보면 이번 총선에서 전투다운 전투를 할 수 있는 정당은 크게 보아, 두 당에다가 새누리당을 더한 셋이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삼자대결 구도로 가면 현 야권의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나 새누리당과 선거연대를 한다는 것은 상상이 안 되는 그림이다. 두 당은 무슨 수를 쓰든 연대를 해야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하는' 혈육과 같은 관계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덩치로 보나 역사로 보나 연대의 물꼬는 통합민주당 쪽에서 트는 것이 순리다. 희생과 양보와 사랑과 신뢰의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부모와 자식, 큰형과 막내가 밥그릇 싸움을 하다가 쪽박마저 깨버리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는 아이들도 다 안다. 내리사랑, 내리양보 덕에 민주통합당이 큰 축하를 받게 되기를 바란다.
저작권 ⓒ 이야기마을™, 1997~2014. 마을지기: 전대환.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 *'이야기마을'은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입니다(제41-0179291호).
온라인 오프라인 출판 분야에서 이 사이트 외에서는 '이야기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저작권]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2012-02-27 (Mon)
마을지기 [2012-02-27 15:23]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