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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이제 양 날개를 펴라!
[전대환 칼럼] 이제 양 날개를 펴라!
2012-04-13 (Fri) 마을지기 [2012-04-13 17:08]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이제 양 날개를 펴라!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23면| 기사입력 2012-04-13 15:51
선거가 끝나면 늘 보는 장면이지만 한쪽은 환호, 다른 한쪽은 울상이다. 승리한 쪽에서는 '다시 우리 세상이다' 하고 외치고 싶겠지만 자제해야 한다. 국민은 언제나 냉엄하니까. 패배한 쪽에서는 국민을 원망하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얼른 접어야 한다. 국민은 언제나 옳으니까. 선거 전 몇 달 동안의 분위기에 젖어서 야권이 기대치를 높이 가지고 있어서 그렇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여당은 과반에 겨우 턱걸이를 했고 야권은 과반에 근접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건강한 의석비율이다. 그 반대가 됐더라도 마찬가지다.
선거 결과를 놓고 술로 승리의 기쁨을 키운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술로 패배의 울분을 달랜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을 마실 때 치킨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거나 삼겹살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는 일이 흔한데, 이는 그 조합이 조화를 잘 이루기 때문일 것이다. 음양의 조화라고 할 수도 있겠다. 조화가 잘 돼야 소화가 잘 되고, 소화가 잘 돼야 장기들이 부담을 적게 받을 것은 당연한 이치다. 돼지고기는 찬 음식이니까 뜨거운 성질을 가지고 있는 새우젓을 곁들여 소주와 함께 먹는 것이고, 닭튀김은 뜨겁고 맥주는 차가우니까 맥주 안주로 치킨이 인기가 있다.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잘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서로 만나서 조화를 이루는 것을 보면 오묘하다. 그러나 무작정 섞여 버리면 영 재미가 없다. 차가운 생선회하고 뜨거운 소주가 어울린다고 해서 생선회를 소주에 타서 먹는 사람은 없다. 닭튀김을 맥주에 적셔서 먹는 사람도 없다.
단순명료함으로 밀어붙여 성공
차가운 것은 차가운 대로, 뜨거운 것은 뜨거운 대로, 각기 자기 성질을 간직한 채로 '만나야'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예수도 이런 말을 했을까. "너는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면 좋겠다. 네가 이렇게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지도 않으니, 나는 너를 내 입에서 뱉어 버리겠다."
새누리당은 과거 천막당사 전략에 이어 이번의 변신작전에도 성공하여 위기탈출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 요인 가운데 하나가 이런 단순함과 명료함으로 밀어붙인 것이 아닐까. 그들은 비록 궁지에 몰려 있었지만 자기 색깔을 간직한 채 필사적으로 거기서 벗어났고, 몸을 최대한 움츠리고 있다가 상대의 허점이 발견되자 집중포화를 퍼부음으로써 승리를 낚았다. 정당 지지율에서 야권연대에 뒤졌으면서도 의석은 과반을 확보한 것은 칭찬할 만한 전투력이다.
한편 민주당은 시쳇말로 '어영부영'하다가 호되게 당했다. 대통령 측근비리, 4대강 사업, 국가와 공공부채 증가 등 집권당을 공격할 수 있는 충분한 소재가 즐비했고 민간인 불법사찰 같은 핵폭탄 급 사건이 터졌는데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마치 배고프던 아이 앞에 갑자기 먹을 것이 쌓였는데도, 흥분된 기분에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정작 한 가지도 제대로 먹지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상대는 틈만 있으면 빠져나가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민주당은 손가락질만 하며 '쟤 좀 보세요!' 하고 누가 거들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략도 없이 그저 '어떻게 되겠지' 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쳤다.
선거는 싸움이다. 점잖은 싸움이 아니라 일정부분 진흙탕 싸움일 수밖에 없다. 자의든 타의든 진흙탕 속으로 들어가서 싸우고 있다면 묘책을 써서 상대를 끌어내든지, 여의치 않으면 거기서 버텨 이겨야 한다. 김용민 후보 건의 경우, 방어를 하려면 확실히 하고 그게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분명히 선을 그었어야 하는데, 어정쩡하게 대응함으로써 우유부단함만 노출시켰다.
어정쩡하고 우유부단한 모습만 노출
민주당의 대응과 상관없이 김용민 후보는 낙선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논문표절은 범죄이고 김 후보의 발언은 거친 표현일 뿐이다. 이 둘을 비교하지 마라' 하고 대차게 공격을 하든지 '우리는 그런 후보를 용납할 수 없다' 하고 단호히 뿌리치든지 했다면 최소한 전투력은 인정받았을 것이다.
어쨌든 싸움은 끝났고, 좌우의 날개가 비교적 균형이 잡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우리 국회가 양 날개를 힘차게 펼치고 비상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 됐든 한쪽은 차가운 맥주가 되고 한쪽은 뜨거운 치킨이 되어 국민을 즐겁게 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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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13 (F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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