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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개미 세상, 쥐 세상, 사람 세상
[전대환 칼럼] 개미 세상, 쥐 세상, 사람 세상
2012-07-24 (Tue) 마을지기 [2012-07-24 15:22]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개미 세상, 쥐 세상, 사람 세상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2012-07-24 오후 2:37:23 게재
몇 주 전 해질 때쯤, 산길을 걷다가 흙길에 꺼먼 줄이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가까이 가서 보니 개미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는 중이었다. 행렬이 10미터는 넘어 보였고, 수만 마리쯤 되는 것 같았다. 장관이었다. 사람들의 시가행진처럼 모든 개미들이 한쪽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행렬 안에서도 상당히 무질서하게 보일 정도로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마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에서 개미에 대한 글을 읽었다. 이 장면은, 아마도 개미들이 자기네 도시의 주거여건이 열악해져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모든 시민이 이주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개미 사회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노동에 종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전체 시민 가운데서 1/3은 잠을 자거나 빈둥거리고, 또 다른 1/3은 쓸데없는 일을 벌이거나 놀고, 나머지 1/3은 도시를 건설하고 관리하고 먹이를 구해오는 등 일을 한다. 그런 가운데서도 개미 공동체는 신기할 정도로 질서가 있고 평화롭다.
내친 김에 쥐에 대한 글도 읽었다. 프랑스의 한 연구자가 쥐들의 수영실력을 알아보기 위하여, 쥐 여섯 마리를 한 우리 안에 넣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헤엄을 쳐서 수영장을 건너야 하도록 해두었다. 쥐 여섯 마리가 일제히 수영을 해서 먹이를 가지러 갈 것으로 생각한 그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쥐 두 마리가 수영을 해서 먹이를 구해왔다. 다른 쥐 두 마리가 그 쥐들로부터 먹이를 빼앗아먹었다. 다른 한 마리는 자기가 직접 수영을 해서 먹이를 가져와서 빼앗기지 않고 스스로 먹었다.
개미사회는 역할분담 잘 이뤄져
나머지 한 마리는 먹이를 구하러 가지도 않고 남의 것을 빼앗지도 못하고 동료들이 싸우다 흘린 부스러기만 주워 먹었다. 그밖에도 여러 방법으로 실험을 했지만, 쥐 세상에서는 언제나 빼앗기면서 사는 놈 두 마리, 남의 것을 빼앗아 먹고 사는 놈 두 마리, 스스로 먹고 사는 놈 한 마리, 그리고 얻어먹고 사는 놈 한 마리, 이런 식으로 사회가 돌아가더라는 것이다.
착취자가 있고 피착취자가 있고 스스로 먹고 사는 부류가 있고 얻어먹는 부류가 있다는 점에서 쥐 세상은 사람 세상과 비슷하다. 개미사회에서는 일하는 것, 먹고 자는 것, 노는 것, 이 세 가지의 역할분담이 아주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개미 사회의 건강성은 그들이 사막에서 북극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사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도 개미들은 살아남았다.
쥐 세상은 빼앗고 빼앗기는 무한경쟁사회인 반면에 개미 세상은 철저한 협력사회이다. 쥐들에게 종교나 철학을 가르쳐서 경쟁사회를 종식시키고 협력사회를 만들라고 한다든지, 개미들에게 자유주의 경제학을 가르쳐서, 경쟁과 승리의 짜릿함을 맛보라고 하면 들을까? 당연히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 세상은 다르다.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 소통을 통하여 구성원들끼리 합의안을 도출해낼 수 있다.
안철수 교수가 자신의 생각을 엮어서 책을 냈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단다. 그리고 어제는 한 텔레비전 프로에 나와서 이런 취지의 말을 남겼다. "정치현안들에 대한 저의 의견을 그 책에 담았습니다.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의 생각과 제 생각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막무가내로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먼저 내놓고 그것을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 그려봤으면
다른 후보들도 자신들의 생각을 책에 담아서 출간하면 좋겠다. 이미지나 몇 마디 말이 아니라,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어떤 나라로 만들려고 하는지, 그것을 제대로 알아보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쥐 세상처럼 무한경쟁사회를 만들 것인지, 개미 세상처럼 협력사회를 만들 것인지, 유권자들이 판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 대선에서도 복지문제가 화두다. 쥐 세상을 만들어놓고 천덕꾸러기들에게 빵부스러기 몇 개 더 돌아가게 하는 것을 복지라고 하는 후보도 있겠고, 개미 세상처럼 여유롭게 일하고,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후보도 있을 것이다. 후보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을 어서 그려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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