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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마지막 기회
[전대환 칼럼] 마지막 기회
2012-04-26 (Thu) 마을지기 [2012-04-26 16:35]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마지막 기회"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기사입력 2012-04-26 15:21
어느 종교에나 계명 또는 계율이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는 이런 것들보다 훨씬 위력을 발휘하는 지침이 존재하는 것 같다. 첫째, 들키지 마라, 둘째, 끝까지 우겨라, 셋째, 남에게 뒤집어씌워라. 정부의 불법 민간인 사찰,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논문 표절과 성추행 의혹, 대통령 친인척과 최측근들의 권력형 비리 등과 관련한 피의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혐의에 대해 대응하는 방식이 신기하게도 이 지침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작금에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은 지침이 무색할 정도로 이런 대응이 통하지 않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이제 세상에 영원히 숨겨질 일은 없음을 깨닫는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음모와 은폐가 어느 정도 통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거의 모든 자료가 디지털화된 요즘 세상에서는 웬만한 일은 다 들통 나게 되어 있다. 논문 표절이나 복사도 조사하면 다 나온다. 성추행을 시인하는 녹취록도 튀어나온다. 검은 돈이 오간 장면을 찍은 사진 한장이 수억 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꼭꼭 숨겨두었던 비밀문건이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와 신문의 지면들을 채운다. 어느 구석에 어떤 자료가 보관돼 있을지 누구도 짐작하기 어렵다.
최근 불거진 일들은 모두 이명박정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연루되어 있다. 여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전보다 더 위험한 비상사태를 맞이했다. 그는 어제 청주에서 열린 총선공약실천본부 출범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우리 당은 또 잘못하면 용서를 빌 데도 없다. (국민들이) 마지막 기회를 주신 것이기 때문에 또 한번 기회를 주십사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어제 그 자리에서의 대화 주제가 이런 전반적인 문제는 아니었다고 해도 상황인식은 어느 정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문제인물 정리해야
나폴레옹이 했다는 말마따나 "개선으로부터 몰락까지의 거리는 단 한걸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박근혜 위원장은 여론조사 결과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여당 안에서뿐만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현재까지는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이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대세론에 안주하다가 실패한 유력후보를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대통령선거에 임하기 전에 박 위원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세 가지 있다. 이 일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면 지지율도 지금보다 더 올라갈 것이다.
첫째, 새누리당 안의 문제인물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논문 복사 또는 성추문 때문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당선자 두 사람이 탈당을 했지만, 그들뿐만 아니라 청문회를 하듯이 당선자 전원을 파악해서 논문표절과 성추문 의혹을 받고 있는 이들과 역사관에 문제가 있는 이들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이들을 찾아 그들에게 의원직 제명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새누리당이 거듭났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방법이다.
둘째,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비리와 연루된 사람이라면 그 누구든,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과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철저하게 수사할 수 있도록 명확한 사인을 검찰에 보내야 할 것이다. '권력실세 아무개가 이번에는 검찰의 칼끝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기사에 '언제는 아무개가 피했나, 칼이 피했지' 하는 댓글이 달리지 않도록 말이다. 검찰 독립성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니 어쩌겠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 위원장 자신에 대한 세간의 의문과 의혹을 털고 가는 것이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크게 언급되고 있지는 않지만 머지않아 박 위원장의 재산과 삶의 궤적 등에 대해 본격적인 검증 공세가 퍼부어질 것이다.
MB정부와 다르다는 것 보여줘야
솔직하게 털어놓을 것은 털어놓고, 환원할 것은 환원하고, 사죄할 것은 사죄함으로써 자기쇄신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박수를 칠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박 위원장이야말로 위상으로 보나 정보력으로 보나 이 세 가지 일을 해낼 수 있는 최선의 적임자이다. 국민들이 이번 총선에서 많지도 적지도 않게 새누리당에게 이만한 의석을 준 것도 이 일들을 하라는 명령일 것이다. 박 위원장 말대로 이번 대선은 새누리당에게나 박 위원장에게나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 기회를 정말 잘 활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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