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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크리스마스보다 좋은 것
화이트 크리스마스보다 좋은 것
1995-12-20 (Wed) 전대환 [2004-09-28 00:17]
전대환 내일신문
“너 어디 가니?” 하면 “워싱턴 까페!”(Washington Cafe) 하고 대답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친구들은 그 대신에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라 하기도 했다. 이 모두 수세식 화장실이라는 뜻의 “Water Closet”를 줄인 WC를 고상하게(?) 표현한 말이다.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시골 다방의 변소 앞에도 “WC”라는 자랑스런 표지가 붙어 있기 일쑤였다.
그게 좀 못마땅했던지 사람들은 WC 대신에 “화장실”(toilette: 화장대나 화장품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요즈음은 변기 옆에 욕조도 있고 세면대도 있고 샤워 시설도 있고 때때로는 간단한 화장품까지 준비된 곳이 많기 때문에 매무새를 고치는 화장실(化粧室)이라 해서 크게 어색하지 않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아무 곳이나 “뒤를 보는” 곳이면 무조건 화장실이라고 미화해 왔다.
우리말에 아주 좋은 표현이 있으니 곧 “변소”(便所)라는 말이다. 이 말은 변을 보는 장소라는 뜻도 있지만 “편한 장소”라는 뜻이 더 많이 담겨 있는 듯하다. 찌꺼기를 잘 처리할 수 있는 장소, 멋진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는 장소, 그 순간만은 세상의 모든 스트레스를 잊고 신경을 집중하여 배출에만 힘쓰는 장소인 변소! 워싱턴 까페보다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보다도, 화장실보다도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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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2004-09-2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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