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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과 여자”
“추기경과 여자”
1995-10-04 (Wed) 전대환 [2004-09-28 00:07]
전대환 내일신문
얼마 전 우연히 텔레비전을 켰다가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강론을 한다든가 좌담을 한다든가 하는, 통념상 그런 인물이 출연함직한 프로그램이 아니어서 더욱 흥미를 유발시켰다. KBS 텔레비전의 열린음악회 장면이었다. 우리나라 가톨릭의 대부(大父)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진행자가 추기경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더니 쑥스럽다는 듯이 추기경에게 노래를 청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표현대로 “감히” 추기경에게 말이다.
추기경은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느냐는 듯 흔쾌히 청을 받아들여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얼어붙은 달 그림자 물결 위에 차고...” 방청객들은 누가 들어도 서툰 (?) 노래 솜씨에 보기 드문 열광을 했고, 급기야는 “앵콜”을 목청껏 외쳐 댔다. 그 다음 나온 노래. “그대 가슴에 얼굴을 묻고 오늘은 울고 싶어라...” 군중들이 더욱 열광하는 가운데 노래는 “당신은 나의 친구요”로 끝났다.
과연 수일 전부터 추기경이 노래를 한다고 선전할 만한 일이었다. 만일 개신교의 목사가, 지도층의 성직자가 아닌 일반 교회의 목사가 그런 데 나가서 유행가를 불렀다면 반응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모르긴 해도 ‘목사가 거룩하지 못하다’는 핀잔을 수없이 들을 것 같다. 추기경이 그 정도의 노래를 공개적으로 부를 수 있는 가톨릭 교회의 자유스러움에 박수를 보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왜 “당신은 나의 여자요” 하고 끝을 맺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어느 인기 가수의 말처럼 추기경이 ‘노총각’이어서 중생들이 “여자”라는 말을 이상하게 들을까봐 배려한 세심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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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10-04 (Wed)
전대환 [2004-09-28 00:07]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