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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가 지향하는 세계와 도(道)의 세계
성서가 지향하는 세계와 도(道)의 세계
2004-04-16 (Fri) 전대환 [2004-09-29 00:41]
전대환 생명신학 생태신학
들어가는 말
그리스도교의 중심은 예수이고, 예수의 삶과 가르침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나라’가 있다. 예수는 “때가 찼다.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여라. 복음을 믿어라”(마가복음서 1:15 이 글에서 인용하는 성서 본문은 표준새번역 개정판이다. 『성경전서 표준새번역 개정판』(서울: 대한성서공회), 2001.)라는 말로 그의 가르침의 제 일성(一聲)을 시작했고, 수많은 비유로 하나님의 나라를 설명했으며, ‘땅 끝에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사도행전 1:8)는 당부를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말로 하여 그의 가르침을 맺었다.
이 글에서는 예수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의 빛에서 성서 기자들이 꿈꿨던 이상세계를 살펴본 다음, 동양인,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구조에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상 중 노자의 사상에서 도의 세계와 덕의 세계가 무엇을 말하는지 고찰할 것이다. 그런 다음, 우리의 의식구조 속에서 예수가 보여준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실현해나갈 수 있을지 그 방안을 모색해볼 것이다.
성서 기자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세상에 대해서는 <하나님―사람―자연>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다. 성서의 내용을 <하나님―사람―자연>의 입체적 삼자관계로 보는 해석학은 한태동 교수의 입장을 따른 것이다. 한태동, 『성서로 본 신학』(서울: 연세대학교출판부, 2003). pp. 1-29. 흔히 ‘자연’이라고 하면 산천초목을 연상하게 되는데, 여기서는 하나님과 사람을 제외한 모든 존재, 곧 산천초목을 포함한 우주만물과 경제학적인 의미의 재화(財貨)를 포함한 물질세계 전체를 일컬어 ‘자연’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리고 노자의 사상 곧 『도덕경』을 다룸에 있어서는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 하여 ‘자연’(自然)이라는 표현이 있기는 하나 이 때의 ‘자연’은 산천초목 등 생태계의 자연을 말하는 명사가 아니라, ‘스스로 연유함’이라는 동사적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태동, 『기독교문화사』(서울: 연세대학교출판부, 2003). p. 55. 그리고 노자의 사상에서는 사람도 생태계적 의미인 자연에 포함된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여기서 『도덕경』을 말할 때는 편의상 사람과 ‘도’(道)를 제외한 나머지 세계 전체를 ‘자연’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1. 성서가 지향하는 세계
그리스도교 역사 2천 년 동안 하나님에 관한 문제, 사람에 관한 문제, 하나님과 사람에 관한 문제를 주로 다루어 왔고, 하나님과 사람을 제외한 자연세계에 대한 논의는 배제되어 왔거나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되어 왔다. 신학의 전통에 있어서 자연이 소외되었던 문제에 대해 김균진, 『생태계의 위기와 신학』(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99), pp. 55-66 참고. 그러나 구약성서로부터 신약성서에 이르기까지 자연세계 역시 하나님과 사람 문제와 더불어 핵심적인 내용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생태계의 위기 문제가 신학의 새로운 관심사로 취급되면서 성서가 말하는 자연세계에 대해 새로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1)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던 처음 세상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은 창세기에 수차례 나오는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창조의 과정에서 창세기 1:4, 10, 12, 18, 21, 25절에 나오며, P 문서의 창조 이야기의 결론 부분인 31절에서는 “하나님이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참 좋았다”라고 하여 창조세계가 전체적으로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것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렇다면 성서가 말하는 “좋았다”라는 기준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서 우리가 성서 독자의 기준에서 좋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또는 아름다움의 본질이 무엇인가 따위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오히려 우리는 창세기에 나타나는 창조 이야기를 한 단위로 묶어 성서 자체가 말하는 좋은 상태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해보아야 한다. 이 부분에 P 문서와 J 문서가 혼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두 종류의 문서를 한데 붙여놓은 편집자의 의도로 보아, 두 문서가 전하고자 하는 취지는 같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던 세상은 첫째, 하나님과 사람이 ‘샬롬’을 이루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나님은 사람에게 복을 베풀어주셨고(창세기 1:28), 그들에게 자연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책임을 주셨으며(창세기 1:28), 사람은 하나님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다. 불순종 이후에 사람이 하나님을 두려워하여 숨었다는 이야기는, 그 전에는 두려움이 없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사람과 사람 사이가 ‘샬롬’을 이루는 관계였다.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짝으로 만드셨고, 그들 사이에는 부끄러움이나 격의가 없었다(창세기 2:25). 셋째, 사람과 자연 사이에 ‘샬롬’이 있었다. 사람은 자연을 잘 보살피는 입장에 있었고, 사람이 수고를 하지 않아도 자연은 사람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해주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처음 세상은 이렇게 하나님―사람―자연, 이 삼자가 서로 사귐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샬롬’의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하나님께 불순종함으로 말미암아 삼자 사이의 관계는 깨져버리고 말았다. 하나님은 사람을 낙원에서 내쫓으셨으며(창세기 3:23) 사람은 하나님을 두려워하게 되었고(창세기 3:10) 더 이상 하나님과 직접 대면하여 상대할 수 없게 되었다(창세기 3:8). 사람은 사람 앞에서 부끄러워하게 되었고(창세기 3:7) 잘못을 상대에게 미루고 원망하는 관계가 되었다(창세기 3:12). 그리고 더 이상 사람은 수고하지 않고는 자연으로부터 먹을 것을 얻지 못하게 되었고(창세기 3:17) 자연의 일부와 원수지간이 되기에 이르렀다(창세기 3:15). 김창락 교수는, 사람이 불순종하여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타락’ 이야기에서,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도 피폐해지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김창락, “생태계의 위기와 성서 신학적 반성,” 『생명의 신학과 윤리』(서울: 숭실대학교 기독교사회연구소, 1997), p. 103. 전체적인 조화가 깨진 것이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이 경험하는 세상이 억압과 폭력과 부조화로 가득하게 된 원인을 창조설화를 통하여 이렇게 표출시켰다고 볼 수 있다.
(2) 율법이 요구하는 것
<하나님―사람―자연> 상호간의 ‘샬롬’ 관계가 총체적으로 파괴된 현실 속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출애굽이라는 큰 역사적 사건을 겪으면서, 척박한 자연환경과 이방 세력의 위협 속에서, 이방종교로부터 야훼 신앙을 보존하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하여 어떤 구심점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율법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율법 조문들을 보면 창조설화에서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에서 요청되었던 ‘샬롬’을 회복할 것을 요구하는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율법은 하나님을 어떻게 섬겨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사람들 곧 이웃과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서, 그리고 사람이 땅과 땅의 소산물과 자연세계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해서 소상히 밝히고 있다.
모든 율법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십계명을 보면, 처음 세 계명은 사람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다섯 번째부터 일곱 번째의 계명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여덟 번째부터 열 번째까지는 땅의 소산물 곧 재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안식일에 관한 네 번째 계명은 아들딸과 손님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쉬면서(인간관계의 ‘샬롬’) 하나님께 예배하고 예수는 인간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서 하나님을 섬기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마태복음서 5:23-24).(하나님과 ‘샬롬’) 종들이나 땅까지 안식을 누리게 하는 예수는 안식일이라고 하더라도 소나 나귀 등 동물들을 먹이고 그것들이 위함에 빠졌을 때 구해내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누가복음서 13:15; 14:5). 이는 안식일의 사귐에 하나님과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계의 생물도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예수의 생각이었음을 뜻한다.(자연세계와의 ‘샬롬’) 온전한 ‘샬롬’의 상태를 지향하고 있다.
(3) 예언자들의 이상(理想)
율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세상은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상태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예언자들은 지도자들과 백성들을 향하여, <하나님―사람―자연> 상호간의 ‘샬롬’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사야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의 기도를 듣지 않겠다고 하셨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는 백성들이 억압 받는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고아와 과부의 송사를 변호하여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이사야서 1:15-17). 이것은 사람들 사이에서의 ‘샬롬’을 이루지 않는 가운데서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하나님의 의지 표명이다. 또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족속을 버리시겠다고 하신 이유는 그들이 너무 많은 소유를 가지고 있으며, 제 손으로 만든 우상들에게 꿇어 엎드려 절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이사야서 2:7-8). 이것은 <하나님―사람―자연>의 관계에서 <사람―자연>의 관계가 잘못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하나님 안에서 사람은 필요한 만큼만 물질을 소유하는 가운데서 자연과의 ‘샬롬’을 유지해야 하는데, 필요 이상의 너무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문제이고, 또 하나의 문제는 사람이 ‘샬롬’을 유지해야 할 대상인 자연을 ‘섬기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사람> <사람―자연> 관계가 깨지게 됨으로 해서 <하나님―사람> 관계도 깨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하나님―사람―자연>이 올바른 관계를 가지는 나라 곧 이사야가 말하는 이상적 나라는 무엇인가? 그것은 ‘샬롬’의 나라를 노래한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이사야서 11:1-9). 이새의 줄기에서 한 싹이 나며, 그 뿌리에서 한 가지가 자라서 열매를 맺을 것인데, 새로운 나라를 이루게 될 ‘그’는 주님의 영(靈)을 받아 즐겁게 주님을 경외할 것이며(하나님과 ‘샬롬’), 가난한 사람, 억눌린 사람을 공정하게 대할 것이며(사람과 ‘샬롬’), 그 때에는 어린아이가 맹수들을 끌고 다닐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굴에서 장난을 하는(자연과 ‘샬롬'), 전체적인 ’샬롬‘의 나라가 되리라는 것이다.
흔히 예언자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우상을 숭배하는 것을 질책하는데, 그것은 하나님을 배신하고 우상을 섬겼다고 하는 <하나님―사람> 사이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연>과의 관계고 함께 묶어서 고려해야 한다. 우상숭배는 곧 자연숭배인데, 자연은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샬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예언자들이, 제사나 기도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할 때 대개의 경우 <사람―하나님> <사람―사람> <사람―자연> 사이의 관계 단절이나 문제를 묶어서 말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4) 시인들의 꿈
주님 안에서 누리는 행복에 대해 노래한 시편 16편은 주님 안에서 시인이 행복한 이유를 세 가지 들고 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시인을 지켜 주시고 시인은 하나님을 모시고 사는 까닭이요(10-11), 성도들을 존귀하게 여기고 그들과 함께 있음을 기뻐하는 까닭이요(3), 하나님께서 시인에게 기름진 땅을 빛나는 유산을 주신(6) 까닭이라고 하여 <하나님―사람> <사람―사람> <자연―사람> 사이의 ‘샬롬’이 이루어진 상태를 행복한 것으로 보았다. 주님의 장막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노래하는 시편 15편도 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주님의 거룩한 산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시편 기자는 여러 가지 요건을 말하고 있지만 그 항목들을 정리하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주님의 성전에 누가 들어갈 수 있는가를 노래한 시편 24편을 비롯하여 많은 시들이 비슷한 내용을 노래하고 있다. 시편 104편은 <하나님―사람> <사람―사람> <자연―사람> 관계에 더하여 <하나님―자연>도 ‘샬롬’의 관계임을 노래한다. 몰트만은 하느님의 창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느님은 그의 현존을 거두어들임으로써 그의 창조의 자리를 만든다. … 하느님은 창조를 가능케 하기 위하여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기 자신에게 물러난다.” 몰트만(김균진 옮김), 『창조 안에 계신 하나님』(서울: 한국신학연구소), 2002, pp. 137f. 그러므로 사람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께서 하나님 안에서 내어주신 빈 자리에 존재하는 것이고, 이는 <하나님―사람> <하나님―자연>이 본디 공간적으로 ‘샬롬’을 이루고 있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5) 악한 세력의 방해
성서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처음 세상, 율법의 요구, 예언자들의 이상, 시편 기자들의 꿈인 ‘샬롬’ 세상을 방해하는 세력이 존재함을 말한다. 창세기에서는 뱀의 모습으로 등장해서 ‘샬롬’ 파괴에 성공하였다. 하나님과, 사람과, 물질과 ‘샬롬’ 관계에 있던 ‘완전한’ 사람 욥에게 나타난 사탄은 욥을 시험하여 삼자의 관계를 깨뜨리려고 시도했으나 욥은 끝내 그 ‘완전함’을 잃지 않아 예전의 완전한 삶을 되찾았고, 이전보다 더 복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하나님은 욥을 ‘온전한’ 사람이라고 하셨는데(욥기 1:1, 8; 2:3), 이 뜻은 인간성이나 도덕성에 있어서 온전한 사람이라기보다는, <하나님―사람―자연>과 모든 면에서 ‘샬롬’을 유지하며 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보아야 한다. 그는 하나님께서 인정해주실 정도로 하나님과 '샬롬'을 이룬 사람이었고,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들이나 고아와 과부와 떠돌이까지 사랑하여 사람과 '샬롬'을 이룬 사람이었고, 세상 물질과도 '샬롬'을 이루어 재산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사탄은 이런 욥에게서 ‘자연’(물질)을 모두 빼앗았고, 가족‧친지들을 빼앗았으며, 하나님과의 ‘샬롬’을 깨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욥은 모든 시험을 이겼고, <하나님―사람―자연>과믜 모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예수에게 나타난 악마 역시 세 가지를 시험하였는데, 그것은 하나님을 버리고 자신에게 절하라고 하여 하나님과의 ‘샬롬’을 깨뜨리려 하였고, 돌로 떡을 만들라고 하여 자연과의 ‘샬롬’을 깨뜨리려 하였고,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고 하여 사람과의 ‘샬롬’을 깨뜨리려 하였다(마태복음서 4:1-11). 성전에서 뛰어내리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초능력’을 보여 주어 예수가 ‘사람 위에 있는 사람’임은 나타내보임으로써 동등한 인간관계의 ‘샬롬’을 깨뜨리려는 시험이었다. 한태동, 『성서로 본 신학』(서울: 연세대학교출판부, 2003). pp. 17-18. 그러나 예수는 이 모든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고, 그가 추구하는 ‘하나님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다.
(6) 예수와 하나님 나라
예수가 공생애를 시작하면서 내세운 ‘하나님의 나라’의 내용은 주기도문(마태복음서 6:9-13)에 집약되어 있다. “그 이름이 거룩하게 하여 주시며” 하는 것은 <하나님―사람>의 ‘샬롬’을 말하는 것으로서 십계명의 첫 번째부터 세 번째까지의 계명을,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하는 것은 <사람―사람>의 ‘샬롬’을 말하는 것으로서 십계명의 다섯 번째부터 일곱 번째 계명을,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내려주시고” 하는 것은 <사람―자연>의 ‘샬롬’을 말하는 것으로서 십계명의 여덟 번째부터 열 번째 계명을 긍정적인 의미로 바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뜻이 하늘에서 이루심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달라는 것이고, 그 뜻이 이루어지는 나라는 곧 하나님의 나라이다. 이는 “율법이나 예언자의 말을 폐하러 온” 것이 아니라 “완성”하러 왔다(마태복음서 5:7)고 예수가 말한 것처럼, 율법이 요구하는 것을 새롭게 해석한 것이고, 예언자들의 이상이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 그 방안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예수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관계의 샬롬’이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정치적‧지리적인 나라일 수도 있고 죽은 다음 또는 세상의 종말 이후에나 올 내세적인 나라일 수도 있다. 몰트만은 현재에 우리가 미리 보는 하나님의 나라와 장차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를 구분하고, “하나님의 해방하는 행위는 하나님의 종말론적 나라의 내재라고 말할 수 있으며, 장차 올 나라는 하나님의 현재적 통치의 초월”이라고 하였다. 몰트만(김균진 역), 『예수 그리스도의 길』(서울: 대한기독교서회, 2002), pp. 147f. 몰트만의 견해에 따른다면 현재 이 땅의 하나님의 나라는 미완의 나라이고 완전한 하나님의 나라는 장차, 곧 시간적으로 미래에 오게 되리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이미 와 있다”고 한 예수의 말이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나라의 선취’를 말하지만, ‘하나님의 나라’가 하나님의 완전한 주권 아래에 있다면 ‘완전한’ 상태와 ‘불완전한’ 상태가 따로 존재할 수 없다. 하나님의 나라는 언제나 완전하다. 현재 이 땅에서 인간이 하나님의 나라가 완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은 인간이 완전한 ‘샬롬’을 이루지 못하고 살기 때문이다. 즉, 하나님의 나라의 완전성은 하나님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이다. 곧 <하나님―사람> <사람―사람> <자연―사람> 상호간의 ‘샬롬’이 이루어지는 상태면 그 곳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는 “여기에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을 떨치며 와 있는 것을 볼 사람들도 있다”(마가복음서 9:1)고 했고, “또 ‘보아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 하고 말할 수도 없다. 보아라,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누가복음서 17:21)”고 하여 사람, 하나님, 자연의 삼자 관계가 ‘샬롬’을 이루고 있으면 이미 하나님의 나라가 와 있는 것임을 밝혔다. 그는 또 사람들에게 “그러므로 너희는 그의 나라를 구하여라. 그리하면 이런 것들을 너희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다(누가 12:31)”라고 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에 있어서는 정치‧경제적인 요건들보다 ‘관계’가 더 우선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예수가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마태복음서 5:9)고 한 말에서 ‘평화’는 나라나 사람 사이의 평화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사람―자연> 상호간의 전체적인 평화를 말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예수가 탄생했을 때 천사들이 “더없이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주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로다”(누가복음서 2:14)라고 노래했다는 보도도 삼자간의 ‘샬롬’이 이루어질 때 하나님께 영광이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8) 바울의 세계관
흔히 바울은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 앞에서 의롭다고 인정되며 어떻게 구원에 이르게 되는가 하는 ‘칭의’ 문제를 다룸에 있어 <하나님―사람> 관계에 치중한 나머지 <자연> 문제는 논의에서 제외되었거나 중요치 않은 것으로 취급되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지만, 바울 사상의 저변에는 <자연>에 대한 문제도 배제되어 있지 않다. 바울 서신들에서 <자연>의 문제를 다룬 부분이 적은 것은 당시 바울은 사람들로 하여금 유대교의 율법주의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시급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균진, 『기독교 조직신학 III』(서울: 연세대학교 출판부, 1987), p. 249.
그는 모든 피조물이 구원을 갈망하고 있다고 했고(로마서 8:18이하). 바울이 말하는 하나님의 계획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통일시키는 것”(에베소서 1:10)이라고 하였다. 김균진, 『생태계의 위기와 신학』(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99), p. 160 참고.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통일을 이룬다는 것은 예수가 말한 ‘하나님의 나라’ 곧 <하나님―사람―자연> 삼자가 ‘샬롬’을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가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일과 마시는 일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와 평화와 기쁨”(로마서 14:17)이라고 한 것을 보면, 바울이 생각하는 하나님의 나라도 정치적인 것이나 내세적인 것이 아니라 ‘샬롬’의 나라임을 알 수 있다.
2. 도(道)와 덕(德)의 세계
노자의 사상은 『도덕경』에 집약되어 있는데, 여기서 ‘도덕’이라고 하는 것은 윤리적 입장에서의 도덕이 아니고 ‘도’와 ‘덕’에 대해 다루었기 때문에 ‘도덕경’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노자가 말하는 ‘도’와 ‘덕’이 무엇인지에 대해, 무수히 나와 있는 주석이나 풀이보다는 노자의 글 자체에서 그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해보고자 한다. 이하 노자의 사상을 해석하는 방법론은 한태동 교수의 방법론을 따른다. 한태동, 『사유의 흐름』(서울: 연세대학교출판부, 2003). pp. 17ff; Ibid., pp. 49ff.
(1) ‘도’(道)의 개념
‘도’의 개념은 『도덕경』 이 글에서 텍스트로 삼은 『도덕경』원문은 노자(오강남 풀이), 『도덕경』, 서울: 현암사, 2000의 것이고, 번역은 필자의 사역임. 제 1장에 잘 나타나 있다.
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
無, 名天地之始, 有, 名萬物之母.
故 常無, 欲以觀其妙, 常有, 欲以觀其徼.
此兩者, 同出而異名,
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
‘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영원한 ‘도’가 못 된다.
‘이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영원한 ‘이름’이 못 된다.
‘무(無)’라고 하는 것은 천지의 시작이라 할 수 있고,
‘유(有)’라고 하는 것은 만물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영원한 ‘무(無)’에서 그 오묘함을 보고자 하고,
영원한 ‘유(有)’에서 그 나타남을 보고자 한다.
이 둘은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데서 나온 것이다.
[여기서] 같다는 것은 그 황홀함을 말하는 것이요
황홀하고 황홀함이 모든 오묘함의 문이 된다.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못 되며, 이름이라고 할 수 있는 이름도 영원한 이름이 못 된다(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라고 한 도덕경의 첫 구절에서 보듯이 노자는 ‘도’나 ‘명’의 의미를 해석하거나 규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이 역시 독자의 입장에서 의미상의 풀이나 어휘 풀이를 하는 것보다 노자의 글 속에서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그 구조를 파악해보아야 한다. 1장의 내용에서 보면 <도―이름>과 <있음―없음>은 표현 곧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데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서로 다른 둘이지만 그 둘은 같은 데서 나왔고, 서로 다른 것이 같다고 인식되는 것이 곧 ‘황홀함’이라는 것이다.
노자의 설명 자체로 이해할 때, ‘도’라는 것은 서로 다른 양극적 존재의 황홀한 얽힘이어서 형용되지 않고 이름을 붙일 수도 없는 존재이다. 이러한 것의 이름을 알 수 없어 ‘도’라고 부를 뿐이라고 말했다(吾不知其名 强字之曰道). 『도덕경』 25장. 그러므로 노자가 말하는 ‘도’를 굳이 표현하자면 서로 다른 양극적 존재가 하나로 얽히는 ‘황홀함’이라 할 수 있겠다.
제 2장에서도 같은 구조가 나온다.
天下皆知美之爲美, 斯惡已, 皆知善之爲善, 斯不善已
아름다운 것을 일컬어 천하가 다 아름답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추한 것이다[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선한 것을 일컬어 [천하가] 다 선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미 선한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선하다는 것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인데, ‘X라고 할 수 있는 것은 X가 아니다’라고 해서 1장의 내용과 표현만 다를 뿐, 구조는 같다. 여기에 이어서 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라 하여, <있음―없음> <어려움―쉬움> <긺―짧음> <높음―낮음> <악기소리―목소리> <앞―뒤>를 대비시켜놓고 그것들의 관계를 相生, 相成, 相較, 相傾, 相和, 相隨로 설정하고 있다. <있음―없음>은 生으로 서로 얽히고, <어려움―쉬움>은 成으로 서로 얽히고, <긺―짧음>은 較로 서로 얽히고, <높음―낮음>은 傾으로 서로 얽히고, <악기소리―목소리>는 和로 서로 얽히고, <앞―뒤>는 隨로 서로 얽혀 하나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相生, 相成, 相較, 相傾, 相和, 相隨 등이 어휘상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것보다는, 이것들이 둘 사이를 엮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노자가 말하는 ‘도’란 서로 다른 양극의 것이 황홀하게 얽히는 것, 또는 그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2) ‘덕’(德)의 개념
‘덕’에 대해서는 도덕경 49장에 잘 설명되어 있다.
善者 吾善之, 不善者 吾亦善之, 德善
信者 吾信之, 不信者 吾亦信之, 德信
선한 사람을 나는 선하다 할 것이며
선하지 못한 자도 나는 역시 선하다 할 것이니
이것이 곧 덕스러운 선이다.
믿음직한 사람을 나는 믿을 것이며
믿음직하지 않은 사람도 나는 역시 믿을 것이니
이것이 곧 덕스러운 믿음이다.
‘X한 사람을 X한 것으로 여기고 X하지 못한 사람도 역시 나는 X한 것으로 여기니 이것이 곧 덕스러운 X’라는 것이다. 이것은 귀한 자식만 귀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자식을 귀하게 여기고, 잘난 자식만 예뻐하는 것이 아니라 못난 자식도 예뻐하는 부모의 마음이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시는(마태복음서 5:45) 하나님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도’와 관련하여 ‘덕’을 어떻게 볼 것인가? 서로 다른 양극의 것이 황홀하게 얽히는 것, 또는 그 상태를 ‘도’라고 한다면, ‘덕’이란 그 ‘얽히어 황홀하게’ 되는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하나님의 나라와 도(道)
창세기의 창조설화를 통해서, 예언자들의 이상(理想)을 통해서, 시편 기자들의 꿈을 통해서, 바울의 사상을 통해서, 그리고 예수가 말한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통해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그들이 생각한 이상적인 세상은 <하나님―사람―자연> 삼자의 상호간에 ‘샬롬’이 이루어지는 상태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샬롬’의 상태를 노자의 사상에 친숙해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해낼 수 있을까?
성서가 말하는 ‘샬롬’의 관계를 우리의 입장에서는, 서로 다른 두 존재가 황홀함으로 얽히어 하나가 되는 ‘도’의 관계로 설정해볼 수 있다.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 바울은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살고, 움직이고, 존재하고”(사도행전 17:28) 있다고 했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성령으로 거하실 처소”(에베소서 2:22)라고 했다. 곧, 사람은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께서 사람 안에 거하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근거로, A는 B 안에 있고(A⊂B), B는 A 안에 있기 때문에(B⊂A) A와 B는 같다(A〓B)고 할 수 있는가? 이것은 하나님과 사람을 분리시켜 놓고 다시 붙이려고 하는 데서 나오는 오류이다. 이 문제는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황홀한 얽힘, 곧 ‘도’의 관계로 풀어야 거슬림이 없다. 양자의 관계에 대해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 수는 없지만 그것을 일컬어 ‘도’라고 이름을 붙여보는 것이다. ‘이름’을 붙일 수는 없지만 ‘설명’은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덕’의 개념으로 가능하다. 하나님 편에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해를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사람에게나 불의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시고, 죄인까지도 의롭게 해주시는 ‘덕’을, 사람 편에서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범사에 감사하고, 욥이 “주신 분도 주님이시요, 가져가신 분도 주님이시니, 주님의 이름을 찬양할 뿐입니다”(욥기 1:21) 하고 고백한 것처럼 어떤 경우에도 주님을 찬양하는 자세가 곧 사람과 하나님 사이에 ‘도’를 이루는 관계가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덕’을 통한 ‘도’의 관계가 요청된다. 이는 곧 하나님의 나라 백성으로서 가져야 할 도리이다. 예수는 “너희를 사랑하는 사람만 너희가 사랑하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마태복음서 5:46) 하며 X한 사람을 X한 것으로 여기고 X하지 못한 사람도 역시 X한 것으로 여기는 ‘덕’을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니까 오른뺨을 치는 사람에게 왼뺨마저 내주어야 하고, 속옷을 가지려는 사람에게는 겉옷까지 주어야 하고, 억지로 오리를 가자고 하거든 십리를 가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과 사람이 ‘덕’으로써 하나가 되는 ‘도’이다.
사람과 자연의 관계도 ‘덕’을 통한 ‘도’의 관계에 이르러야 한다. 최근 생태계의 파괴 현상이 심각하게 되어 학자들은 “파트너 관계” “협동” “상호작용” “연대성”이라는 개념으로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지만, 김균진 교수는 이에 대해, “인간은 자연에 대칭되기 전에 이미 자연”이라고 주장한다. 김균진, 『생태계의 위기와 신학』(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99), p. 181. 사람은 ‘육체’라고 하는 자연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사람도 자연이라는 말은 옳다. 사람과 자연의 이상적인 관계도 ‘도’의 관계가 되어야 한다. 자연은 사람에 대해 X한 사람을 X한 것으로 여기고 X하지 못한 사람도 역시 나는 X한 것으로 여기는 ‘덕’을 창조 때부터 이미 실천하고 있다. 선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신앙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시아 사람이나 유럽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나, 이런 것을 가리지 않고 똑같은 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사람은 자연과 하나 되기를 거부하고, 이기심과 탐욕을 가지고 제멋대로 자연을 이용해오고 훼손해 왔다. 자연은 인간에게 ‘덕’으로써 ‘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인간은 이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사람―자연> 상호간에 ‘샬롬’이 이루어지는 상태,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도’가 통하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X한 사람[자연]을 X한 것으로 여기고 X하지 못한 사람[자연]도 역시 X한 것으로 여기는 ‘덕’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
맺는 말
성서 기자들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나라는 <하나님―사람―자연> 삼자가 상호간에 ‘샬롬’을 이루는 ‘샬롬’의 나라이다. 이것은 예수가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에서 그 정점을 이룬다. <사람―하나님> <사람―사람> <사람―자연> 사이의 ‘샬롬’을 노자의 사상으로 표현하면 그것은 ‘도’의 관계이고, ‘도’는 ‘덕’이 실천됨으로써 ‘황홀한 얽힘’이 될 수 있다.
그리스도교 2천 년 역사에서 신학은 <하나님―사람>에 대해서는 활발한 논의와 논쟁이 있었으나 <사람―사람>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고 <사람―자연>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못했다. 따라서 신학은 인간중심주의 신학이 되었고, 기독교의 인간중심의 세계관에 대한 최근의 비판적 논의에 대해서 ibid., pp. 27-29 참조. 그 결과 하나님은 자연과는 무관한 하나님으로 이해되었고, 세계 곧 자연은 하나님 또는 하나님의 구원과는 무관한 존재로 이해되었다. Ibid,. p. 123. 나아가, 이경숙은 기독교가 참담한 자연 파괴의 주역이었음을 지적한다. 이경숙, “생태학적 여성신학의 관점에서 본 구약성서의 자연과 여성” 『창조의 보전과 한국 신학』(서울: 한국기독교학회, 1992), p. 12. 최근 생태계 위기가 커지면서 자연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는 미흡한 실정이다. 더구나, <사람―하나님> <사람―사람>과 관계 속에서 자연 문제를 다루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이제라도 사람과 하나님이 하나 되고, 사람과 이웃이 하나 되고, 사람과 자연이 하나 되는 ‘샬롬’의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는 일을 위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균진 교수는 이 세 관계 외에, “자연세계는 하나님의 집”이라 하여 <자연―하나님>의 관계를 강조하였다. 김균진, ibid,. pp. 154ff; 김균진, “지구는 인간의 소유물인가?” 『말씀과 교회』2003 가을호(서울: 한국기독교장로회 신학연구소, 2003), pp. 289-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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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6 (Fri)
전대환 [2004-09-2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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