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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시간을 활용하자
집에 있는 시간을 활용하자
1996-04-17 (Wed) 전대환 [2004-09-28 00:31]
전대환 내일신문
하루에 주어지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24시간이다. 부자거나 가난하거나, 잘 생겼거나 못났거나, 많이 배웠거나 덜 배웠거나, 직장인이거나 자영업자거나 이 사실은 매우 공평하다. 이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사람 사는 맛도 달라질 수 있다. 남보다 앞서야 살맛나는 사람이라면 더더구나 시간 활용에 신경 쓸 일이다.
차이는 있겠지만, 생업을 위한 일과(日課)시간은 대개 여덟 시간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 목회하는 친구가 왔을 때 한 이야기인데, 이 친구 교회의 부목사가 자기로서는 이해 못할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그 부목사 뿐만 아니라 많은 신세대 목사들이 즐겨 하는 말이 란다. 아홉 시부터 다섯 시까지 일하면 되는 것이지, 그 이외의 시간을 왜 일해야 하느냐는 뜻이다. 그래서 아무리 급한 경우라도 근무 시간이 아니면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목사들이 새벽 네 시에 눈을 떠서 24시간 내내 5분 대기조 같은 생활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이런 것을 보면, 여덟 시간을 얼마 정도 초과한다고 하더라도, 근무 시간이 정해졌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시간 동안은 최선을 다해서 월급 주는 곳에 충성하자. 꼭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영어 시간에 사회 책 보는 식으로, 시간을 활용한답시고 회사에 책을 들고 다닌다든지 하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다. 근무 시간에는 일거리가 없더라도 회사를 위해서 고민하는 것이 정당하다.
문제는 집에 와서의 시간이다.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다. 영어 공부도 해야겠고, 컴퓨터도 배워야겠고, 책도 읽어야겠고... 어느 가수의 노래대로 “하고싶은 일들은 너무너무 많은데” 두 팔이 너무 짧다든가 어떻다든가. 그래서 정월 초하루에 게획을 세워 본다. 퇴근 후 밥을 먹고 여덟 시부터 아홉 시까지 영어 공부, 그 다음 한 시간은 컴퓨터 공부, 그 다음 한 시간은 독서 하는 식으로. 그러나 별종의 인간이 아니라면 그 계획이 사흘 이상 실현되는 경우가 있는가. 업무에 지친 피곤한 몸을 가지고 말이다.
그래도 좀 나은 방법 한 가지를 제시하면 이렇다. 퇴근 후의 일거리를 먼저 생각한다. 서너 가지 혹은 다섯 가지도 괜찮다. 그것을 오른 쪽으로 칸을 만들어 써놓고, 아래로는 한 달치 서른 한 칸을 만든다. 그렇게 해 놓고는 하고싶은 일들을 한 가지씩 차례로 해나가면서 한 일을 체크하는 것이다. 어제 영어공부와 컴퓨터를 했으면 오늘은 그 다음 것을 하고 오늘 한 가지밖에 못했으면 내일은 또 그 다음부터 해나간다. 시간도 꼭 한 시간씩일 필요도 없다. 30분도 좋고 10분도 좋다. 하다가 보면 하기 싫을 때가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에게 오는 증세다. 그럴 때는 거기에 대한 스트레스만 조금 받고 그냥 체크하고 지나가자. 예를 들어 영어 공부를 할 차례인데 도무지 하기 싫으면 “내가 영어 공부 해야 하는데...” 하면서 한 5분 정도 고민하고는 공부 했다고 체크하고 지나가면 된다. 이렇게 1년쯤 하다가 보면 시간 활용의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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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4-17 (Wed)
전대환 [2004-09-2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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