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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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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2-14 (Wed) 전대환 [2004-09-28 00:23]
전대환 내일신문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 이야기다. 충청도 어느 곳에 교회에 잘 다니는 처녀가 있었다. 그의 집은 완고한 유교풍의 가정이었다. 그러니 딸의 신앙 생활을 허용할 리 없다. 극구 만류했으나 처녀는 막무가내였다. 아예 밖에 못 나가게 머리를 잘라 버렸으나 그래도 그는 수건을 쓰고 교회에 갔다. 한 번은 교회에 갔다 오는 딸 아이를 앉혀 놓고 결판을 보리라 했다. “네가 우리 딸이 되든지 예수 딸이 되든지 결정해라. 네가 정 고집을 꺾지 않겠다면 나무에 매달아 죽게 내버려 두겠다.” 처녀는 한 술 더 뜬다. “아버지, 저 하나 죽는 것은 걱정이 없습니다. 이대로 죽으면 천국에 가게 될 테니까요. 그러나 한 가지, 아버지 어머니를 구원시켜 드리지 못하고 먼저 가게 되는 것이 슬플 뿐입니다” 하며 운다. 결국 쫓겨났다. 그 후 어찌어찌 해서 처녀는 공부를 마치고 목사의 부인이 되었고, 그의 부모들도 신앙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교회의 중책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실화이다.
모양새는 다소 다르더라도 과거에는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자기가 믿는 바를 끝까지 굽히지 않고 지켜 나가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종교 문제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4.11 총선 후보자 구성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가면서,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어린 소녀만도 못한 지조를 가지고 이 당 저 당 옮겨 다니는 정치 철새들이 이번에는 꼴도 나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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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2-14 (Wed)
전대환 [2004-09-2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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