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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가는 신문
내일로 가는 신문
1996-03-13 (Wed) 전대환 [2004-09-28 00:26]
전대환 내일신문
일전에 마이크를 하나 사기 위해 전화번호부를 뒤적거려 ㅂ전자라는 상호를 발견하고 위치를 물은 후 그 곳에 찾아갔다. 마이크를 좀 보여 달라고 했더니 대뜸 하는 말이, 왜 그러느냐는 것이었다.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더니 얼마짜리 얼마짜리가 있는데 어떤 것을 원하느냐고 물었다. 좀 보여 달라고 했더니, 살거냐고 다시 한 번 확인한다. 그렇다고 하니 겨우 몇 가지를 꺼내서 보여 주었다. ‘이 집에서 이 물건을 사야 하나...’ 후회를 하면서도, 다른 곳을 다시 뒤적거려 찾기가 번거로울 것 같아 3만 5천원짜리 마이크를 하나 사 가지고 나왔다. 나오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몇 백만원짜리 앰프를 사러 왔어도 그랬을까.
집에 돌아오니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며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었다. 문방구에서 3천 5백원을 주고 샀다는데, 포장된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것이었다. 보기에 간단하지가 않을 것 같아서, 스스로 조립했느냐고 물어 보니까 문방구 아저씨께서 조립해 주셨다는 것이다. 세상에 참 대조적인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아무리 장난감이라고 해도 그걸 조립하는 데 몇 십 분은 걸릴 터인데, 마이크를 꺼내서 구경시켜 주는 시간에 결코 못하지는 않으리라. 전파사 아저씨는 마이크를 팔아서 최소한 7~8천원의 이득은 보았을 테지만 문방구 아저씨는 자동차 값을 통째로 다 남겼다고 해도 3천 5백원 뿐이다. 문방구 아저씨가 얼마나 위대해 보였는지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작은 일에 무신경한 분위기가 커 가고 있다. 몇 년 전 우리 집 수도가 고장났을 때 구미에서 대여섯 군데의 관련 업체를 찾아 문의해 본 일이 있었다. 한결같이 통째로 갈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비용은 4만원에서 6만원 선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그런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 같아 이리저리 뜯어보다가 서울 청계천에서 1천원을 주고 부품을 사서 교환한 후 아직까지도 멀쩡하게 사용하고 있다.
내일신문 구미지역판이 이번 호부터 8면으로 늘어났다. 지난 1년 동안 참으로 작은 신문이었다. 그러나 단연코 말하건대, 내일신문은 겉모습처럼 작은 신문은 아니었다. 신문의 확장이나 이익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땀흘린 신문이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내일신문은 이른바 ‘돈 되는’ 광고주보다 ‘돈 안 되는’ 그리고 구미 지역의 표 안 나는 1만 독자를 더욱 소중하게 여겨 왔다. 그리고 관(官)보다는 민(民)을, 돈있는 사람보다는 일하는 사람을, 그리고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건전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더 귀하게 여겨 왔다. 그러기에 내일신문은 독자가 주인인 신문이었고, 독자가 꾸미는 신문이었다.
구미지역판의 증면은 이처럼 아름다운 젊은 신문의 일대 도약이다. 내일로 가는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신문의 지면과 규모가 커질지라도 내일신문은 앞으로도 작은 사람과 작은 일을 더욱 소중히 여기는 신문일 것이다. 이 <내일로 가는 길>에도 더 많은 지혜가 모아져서, 일하는 사람들이 내일로 가는 길을 좀더 밝히 보여 주는 난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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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3-13 (Wed)
전대환 [2004-09-28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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