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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 제일은 사람이라
그 중에 제일은 사람이라
1996-04-10 (Wed) 전대환 [2004-09-28 00:30]
전대환 내일신문
옛날 이스라엘에 <도르가>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이 여자가 병이 들어 죽었다. 사람들은 베드로 사도가 인근에 있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사람을 보내어 도르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였다. 그녀가 신실한 신도였기 때문이다. 베드로가 도착하자 사람들 특히 도르가와 가깝게 지내던 과부들은 베드로 옆에 와서 울면서, 도르가가 그들과 함께 지낼 때에 만들어 둔 속옷과 겉옷을 다 내보여 주었다. 죽은 도르가를 애도하는 의미에서였으리라. 베드로가 사람들을 다 물리친 다음 기도를 드려 죽은 이를 살려냈다는 성서의 이야기인데, 여기서는 죽은 사람이 살아났다고 하는 대목보다 도르가 주변에 진정한 친구들이 여럿 있었다는 대목에 눈을 돌려보자. 성서에서는 그녀가 평소에 착한 일과 구제 사업을 많이 했던 사람이었다고 소개한다. 또, 어떤 사람이 중풍 병에 걸렸을 때 그의 친구 네 사람이 환자를 침상에 누이고 한 귀퉁이씩을 들고 예수께로 갔으나 사람들이 많아 예수 가까이로 가지 못하고 침상 네 모퉁이에 줄을 단 채 지붕을 뚫어서 예수 앞으로 달아 내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람들이 왜 조직을 만드는가? 사람들이 모여 사람을 위한 일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학교는 사람이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여 사람에게 경제적인 행복을 주기 위해 형성된 조직이다. 교회나 종교 단체는 사람의 도를 깨우쳐 영적(靈的)인 안녕을 얻게 하기 위한 조직이다. 시민단체 사회 단체 등은 봉사를 효과적으로 해내기 위해 이루어진 조직이다. 그러기에 조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오늘날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조직이든지 몇 군데씩은 관여하고 있다. 공식적인 조직을 떠나 있을 때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조직 속에 늘 얽혀 살고 있다. 늘 전화하고 만나고 하는 사람들을 꾸려 보면 사실 그렇게 많지 않은 숫자일 것이다. 이 사람들은 조직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뿐이지, 나의 주위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조직이다. 도르가 주변의 신실한 과부들, 중풍병 환자를 고이 수송한 네 친구, 이들은 당사자를 위한 중요한 조직인 셈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자신을 위해 움직여줄 수 있는 조직이 없다면 그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
이런 조직은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하다. 친구를 잘 사귀게 해 주는 것, 남을 향한 제 잘못을 인정하게 도와주는 것, 질서를 잘 지키게 가르쳐 주는 것, 이런 일들은 자녀를 위한 든든한 조직을 확보해 주는 일이다. 천금을 들여서라도, 학원 수강이나 과외공부를 못시켜 주더라도 이 일은 부모가 반드시 해 주어야 한다.
자꾸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 수시로 전화하고 싶은 사람, 같이 있으면 언제나 편안한 사람, 무슨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가볍게 발설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가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천하를 얻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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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4-10 (Wed)
전대환 [2004-09-28 00:30]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