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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사치
컴퓨터 사치
1996-03-27 (Wed) 전대환 [2004-09-28 00:28]
전대환 내일신문
얼마 전 독일에서 10년쯤 공부하고 귀국하는 분이 있어서, 독일에 좋은 컴퓨터 소프트웨어(software)가 있으면 좀 사오면 좋겠다고 부탁을 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독일 사람들은 그렇게 신기하고 별스러운 소프트웨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용하는 컴퓨터 환경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기는 박사 논문을 다 쓰고 귀국하기까지 386 컴퓨터를 쓰다가 그것을 가지고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독일 사람들과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오늘날의 우리 나라 컴퓨터 환경은 지나칠 정도로 사치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필자가 개인용 컴퓨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탓에 컴퓨터 구입에 대한 문의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희망하는 컴퓨터 기종 내역을 적어오는 것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다. 펜티엄 133MHz 이상에 램(Ram) 16MB, 하드디스크 2GB, 28,800Bps 모뎀,32Bit 사운드 카드, 비디오 램 2MB, 동영상(MPEG)과 TV 수신이 가능한 카드... 이 정도로 시스템을 구성하게 되면, 어떤 부품을 사용하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급 정도를 채용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300만원 이상이 든다. 거기까지는 좋다. 제대로 사용만 한다면 아깝지 않은 금액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컴퓨터 사용자들의 대부분은 문서 작성과 게임에 가장 많이 이용하고, 조금 더 한다면 국내 통신을 하는 정도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우리 집 컴퓨터가 옆집의 것보다 좋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우리의 문화 풍토가 굳이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심하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컴퓨터로 영화를 볼 수 있는 동영상 장치를 생각해 보면, 동영상 흉내만 내는 일종의 눈속임 제품을 제외하면 못돼도 20만원 정도이고, 거기에다가 화면 한 쪽에서 TV를 볼 수 있게 하려면 도합 3~40만원 정도가 든다. 그러면 컴퓨터를 사 놓고 CD를 이용하여 영화를 몇 편이나 볼 것인가. 처음에는 신기하니까 한 달 정도 안에 3~4편을 본다고 가정하자. 경험상, 영화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3년 안에 10편의 영화를 본다고 생각해서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컴퓨터 환경이 3년이면 개벽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러면 장치 비용을 30만원, 영화 한 편의 CD를 3만원 정도로 계산해도 영화 10편을 보는 데 60만원의 돈이 든다. 한 편에 6만원 꼴의 비용이 드는 셈이다. 또한 그래픽 전문가가 아닌 이상 화면을 캡쳐해서 편집해야 하는 일은, 재미 삼아 몇 번 해 보는 것 외에는 거의 효용이 없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다.
일상 생활에서는 몇 백원 가지고 얼굴을 붉히는 일까지 있으면서도 컴퓨터를 구입할 때는 돈 몇십만 원 낭비하는 것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컴퓨터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할 일이다. 386도 좋은 컴퓨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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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3-27 (Wed)
전대환 [2004-09-28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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