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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그네 길

인생은 나그네 길

1996-02-21 (Wed)

전대환 [2004-09-28 00:24]

전대환

내일신문

방랑 시인 김삿갓이 어느 동네로 들어갔다. 해는 서산으로 기울어, 이 동네에서 하룻밤을 묵을 작정이었다. 동네에서 가장 큰 부잣집 문을 두드린다.

“하룻밤 묵어 갑시다.”

주인 왈(曰),

“이 곳은 형편이 여의치 못하니 객줏집에나 가 보시지요”

했다.

그냥 물러설 김삿갓이 아니다.

“보아하니 이 댁 주인이신 듯한데 이 댁에서 얼마나 사셨소?”

“우리는 이 집에서 16대를 살고 있는 중이오만, 어찌 그러시오?”

“아, 그럼 댁의 16대조 할아버지를 뵙고 싶으니 안내를 좀 해 주시지요.”

“어허, 이 양반이... 그 어른이 가신 지가 언젠데 지금 그 어른을 찾으신단 말이오?”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15대조 어른을 뵙게 해 주시오.”

갈수록 태산이다. 시치미를 떼고 김삿갓이 다시 묻는다.

“모두들 가셨다면 주인장께서도 언젠가는 가시겠군요.”

마지못해 하는 주인의 대답,

“그렇지요.”

“그렇다면 댁들도 이 집에 왔다가 가는 나그네, 나도 나그네니, 하룻밤 못 묵을 것도 없지 않소?”

이리해서 김삿갓이 천하의 구두쇠인 부잣집에 하루를 묵어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무리 고리타분한 표현일지라도 인생이 나그네 길임은 어쩔 수 없다. 해외 여행을 하는 나그네라면 선물이라도 사 들고 가련만, 우리가 인생 여정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갈 때는 노잣돈 한 닢 못들고 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내일 일을 걱정하지 말아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맡아서 할 것이다.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다”(마태 6:34).

전대환(구미안디옥교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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