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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최고의 덕담
[전대환 칼럼] 최고의 덕담
2012-01-19 (Thu) 마을지기 [2012-01-19 16:38]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최고의 덕담!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명절 연휴가 코앞이다. 남녀노소가 모두 만나는 날, 빠질 수 없는 것이 덕담(德談)이다. 옛날에는 세배를 올리고 나면 어른 앞에 꿇어앉아 한참 동안 '덕담'을 빙자한 '훈계'를 들어야 했다. 따분하고 싫지만 듣고 앉아 있는 것이 예의였다. 요즘 어른들은 아이들이 그런 것 싫어하는 걸 아니까 길게 덕담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어른들은 어떤 식으로든 젊은이들에게 '교훈'을 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랑 받는 어른이 되려면 훈계는 접고 그것을 덕담으로 바꾸되 그것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 덕담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말로 하는 덕담이고, 둘째는 들어주는 덕담이고, 셋째는 행동으로 하는 덕담이다.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명령이나 지시다. 그것이 조금 길어지면 '잔소리'로 취급되고 그들은 아예 귀를 닫아버린다. 효과는 제로에 수렴하다 못해 역으로 튄다. 그런 말이라면 안 하는 게 좋다. 정 말로 덕담을 하고 싶으면 기쁜 소식, 곧 굿 뉴스를 전해야 한다. 그게 바로 복음(福音)이다. '비판'보다는 '격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걱정할 일이 있더라도, "이를 어째? 큰일 났네!" 하는 것보다는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라고 하는 것이 좋고, 아이가 몸이 좀 약해도 "넌 몸이 약해서 걱정이야!" 하는 것보다는 "네겐 건강 유전자가 있어. 금방 좋아질 거야!" 하는 것이 좋다. 남편이나 아내가 실패하더라도 "당신이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하는 것보다 "당신은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고 격려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걱정'에는 귀를 닫지만 '격려'에는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걱정'보다는 '격려'에 마음 열어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격려의 말도 '들어주기'보다는 못하다. 대담 프로그램 진행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래리 킹이 말하는 대화의 규칙 제1조는 '들어라!'이다.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이 크고부터는, 아내와 둘이서만 밥을 먹는 일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밥 먹을 때 텔레비전을 자주 켜놓는다. 그러나 아이들이 집에 와서 밥상에 합류를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끈다. "왜 꺼요?" 하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네 얘기 듣는 게 TV 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거든." 빈말이 아니라 정말이다. 그러면 그때부터 밖에서 있었던 일들을 술술 풀어놓는다. 때로는 속상한 일들도 있지만, 대개는 온 식구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공부해!"라는 말을 많이 듣는 아이보다는, 집에서 말을 많이 하는 아이가 성적도 우수하고 정서도 안정돼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최고의 덕담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예수나 석가 등 성현들에 대해 설명하거나 연구한 글들은 엄청나게 많지만, 정작 성현인 본인들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상을 말보다 몸으로 실천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실천할 것인가. 어느 시인의 기도가 충격으로 다가온다. "신도보다 잘사는 목회자를 용서하시고, 사회보다 잘사는 교회를 용서하시고, 제자보다 잘사는 학자를 용서하시고, 독자보다 배부른 시인을 용서하시고, 백성보다 살쪄있는 지배자를 용서하소서!" 이것은 말로 해서 될 일도 아니고 들어준다고 될 일도 아니다. 스스로 실천할 때만 '덕담'이 될 수 있는 삶의 모습이다.
말하기보다 듣기, 듣기보다 행동을
이명박정부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 정치평론가들과 언론은 그 원인을 대개 경제정책의 실패에서 찾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 정부 들어서 대국민 홍보비를 엄청나게 썼는데, 그것은 '말하기'에만 집중했다는 뜻이다. 중요한 국가 현안들에 대해 그들은 국민을 훈계하고 가르치려고만 들었다. 방통위의 위상을 강화시켜 언론을 좌지우지해보려 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말하기보다 중요한 게 듣기인데, 이 정부는 도무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들의 비위에 맞지 않는 말을 했다고 사람을 가두거나 오라 가라 귀찮게 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운운한 대목에서는 실소(失笑)조차 도망가버리지 않았던가.
여야 정치권이 새판 짜기에 여념이 없다. 그 작업이 끝났을 때에는, 말하기보다는 듣기, 듣기보다는 행동으로 국민을 감동시키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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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9 (T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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