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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와 PK를 모르는 아이들
TK와 PK를 모르는 아이들
2011-10-03 (Mon) 마을지기 [2011-10-27 15:39]
전대환 미즈내일
TK와 PK를 모르는 아이들
전대환 (구미 YMCA 이사장 | 한울교회 목사)
전에 우리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문자를 보내 왔다. “아버지, TK가 뭐예요?” 허, 이놈 봐라, 이렇게 무식할 수가…. 답을 보냈다. “정치에서 말할 때 대구, 경북.” 뚜껑을 닫아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채 넣기도 전에 다시 날아온 문자. “그럼 PK는요?” “부산, 경남!” 얼마 안 있으면 투표권, 선거권을 받을 녀석이, 경상도에서 태어나 살면서 TK, PK를 모르다니, 저래가지고 어떻게 논술 시험을 치고 대학엘 들어가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잠깐, 깊은 동굴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맞다, TK니, PK니 하는 쓰레기 같은 말을 머릿속에 담아두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전면에 나설 날도 머지않았구나!
이런 저런 일 때문에 서울 나들이가 잦은 편인데, 선거철만 지나면 서울 사는 친구들이 흔히 이렇게 묻는다. “전 목사, 비자 받고 왔소?” 아무당 후보들이 경상도 지역구를 독식하다시피 한 선거 결과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학창시절과 청년기를 타지에서 보내기는 했지만, 경상도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경상도에 살고 있으니 친구들 눈에는 내가 ‘딴 나라’에서 온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양반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언제 봐도 점잖다. 우리나라처럼 종교백화점인 나라도 지구상에 없을 것 같은데, 정부에서 예산 책정하는 일 등을 두고 사소한 눈치 보기나 갈등이야 종종 있지만, 이 땅에서 종교분쟁이 일어나서 서로 다투다가 다치거나 죽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먹사’니 ‘돌중’이니 하는 설전은 있어도 물리적인 다툼은 웬만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무던하기로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성은 어디다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것 같다.
경상도 사람과 전라도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어색함이 아직은 남아 있지만 지역 문제 때문에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여간해서 듣기 어렵다. 가까운 친척 가운데 전라도라면 무조건 손사래를 치던 분이 있다. 도대체 저 양반아 전라도 사람을 얼마나 만나봤기에 저 정도로 지역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분이 작년에 전라도 며느리를 얻고 나서부터는 “전라도 사람도 좋더군!” 하는 말을 연신 하고 다닌다. 우리 딸아이는 경상도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호남의 광주로, 서울로, 대학생활의 반을 남의 학교 학생증을 가지고 다녔다. 광주에 1년 정도 가 있는 동안에 딸아이는 호남 자랑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청년기에 들어선 젊은이들에게서는 이제 지역에 대한 선입견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철만 되면 영남과 호남으로 어찌 그리 명확하게 표가 갈리는지 모르겠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운동과 후폭풍으로 몇 달을 보내면 내년 봄엔 총선이 기다리고 있고, 곧 이어서 대통령 선거가 기다린다. 경상도 사람이건 전라도 사람이건 어느 당에 몰표를 주어, 한 지역에서 국회의석을 독식한다 해도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당이나 인물의 정책과 성향을 보고 표를 주었다면 그걸 누가 나무라겠는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지역주의만 사라지면 괜찮다.
물론 경상도 쪽 주장이겠지만, 흔히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게 경상도 기질이라 하는데, TK와 PK도 모르고 자란 ‘무식한’ 아들딸을 보며, 박정희 이후 왜곡되었던 그 기질이 이제는 정의에 살고 정의에 죽는 기질로 제자리를 찾을 날도 멀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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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3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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