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글들은 대개 전대환의 저작물들입니다.
글을 사용하시려고 하는 경우 반드시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전대환 칼럼] 오 시장은 춤을 추라!
[전대환 칼럼] 오 시장은 춤을 추라!
2011-08-26 (Fri) 마을지기 [2011-08-28 14:56]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오 시장은 춤을 추라!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어떤 남자가 금광을 발견하여 금덩이를 다섯 자루나 챙겼다. 그는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순례를 떠나기로 작정하고 그동안 금 자루를 맡겨둘 만한 사람을 물색하고 있었다. 그는 어느 마을의 시장에서, 가난한 처녀에게 정량보다 더 많은 쌀을 담아주는 후한 쌀장수를 보았고, 집에 가서 쌀을 되어보고 정량보다 많이 받아온 것을 알고는 더 온 쌀을 쌀장수에게 되돌려주는 처녀의 정직한 행동도 보았다. 그런데 사실 쌀장수나 처녀의 행동은 낯선 남자가 주위에 있는 것을 보고 그 남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 '연출한' 것이었다.
그 동네에는 남에게 정직하게 보이기 위한 행동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고수가 또 있었으니, 바로 산속에 사는 수도사였다. 어느 날 수도사가, 자기가 데리고 있는 탁발소년이 융숭한 음식을 얻어온 것을 보고 소년에게 연유를 물으니, 마침 그 가난한 처녀의 집 앞에 낯선 남자가 있었는데, 처녀가 그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좋은 음식을 많이 준 것 같다는 것이었다.
눈치 빠른 수도사는 소년을 시켜서, 두 사람 먹을 몫으로는 음식이 너무 많다며 나머지를 돌려주고 오라고 했다. 수도사의 이런 '착한' 행동을 지켜본 금 자루 남자는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정직한 사람이구나!' 하면서, 사정사정을 해서 수도사에게 금 자루를 맡겼다. 여행을 마친 남자는 한 달 쯤 뒤에 자기가 맡긴 금 자루를 찾으러 수도사에게 갔으나 수도사는 오리발을 내밀었다. 평소에 정직함으로 신뢰를 쌓아 두었던 수도사는 그때를 결정적인 순간으로 판단하고 한몫 잡으려고 한 것이다. 남자는 그 자리를 물러나올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계략 배웠다며 춤추는 수도사
며칠 뒤 수도사에게 한 귀부인이 찾아왔다. 하녀들에게는 고급스러운 가방들이 들려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자기는 무역업을 하는 사람인데, 무역선들이 침몰해서 엄청난 손해를 보았고, 곧 채권자들이 몰려와서 가산을 약탈해갈 것 같아서 급하게 보석 등 귀중품들을 챙겨 왔으니 얼마간만 좀 맡아달라는 것이었다. 수도사만큼 정직한 사람이 없어서 이리로 올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귀부인과 작전을 짜고 멀찍이서 지켜보던 남자는 이때다 하고 나타나서 금덩이를 달라고 요청하였다.
수도승은 이미 귀부인의 가방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으므로 흔쾌히 남자에게 금 자루들을 내주었다. 이때 하녀 하나가 헐레벌떡 나타나서 귀부인에게 이르기를 무역선이 침몰했다는 것은 잘못 전해진 소식이니 어서 돌아가자고 했다.
귀부인은 일어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남자도 함께 춤을 추었다. 이 광경을 보던 수도사도 갑자기 일어나더니 춤을 추었다. 귀부인이 물었다. "나는 배들이 무사하다고 해서 춤을 추고, 이분은 금덩이를 찾아서 춤을 추는데, 당신은 왜 춤을 추는 거요?" 수도사가 대답했다. "새로운 계략을 하나 배웠으니까요."
아이들 급식 문제로 주민투표를 마친 뒤 오세훈 서울시장의 허탈함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오 시장은 허탈해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야당 사람들과 함께 일어나서 춤을 춰야 할 때인 것 같다. 큰 교훈을 얻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자기들의 금덩이 관리 곧 세금과 재산관리를 맡기고 싶어 한다. 진정 믿을 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운 경우, 비록 연출된 행동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신뢰감을 주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시정이나 국정을 맡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은 시민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데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민심을 얻기 위한 '연출된' 언행조차 하지 않았다.
투표 안한 75% 시민 뜻 알았으면
프로는 목숨을 걸고 아마추어는 자존심을 건다는데, 수백 수천억짜리 불요불급한 사업들은 빚을 져가면서까지 이것저것 벌이면서 아이들 급식 예산 덜 쓰려고 자존심을 내세우며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건 것은 프로답지 않았다. 국민정서상 점진적이든 일시적이든 급식문제는 어차피 해결해야 할 일이었다. '딴 짓 다 하면서 아이들 밥그릇 가지고 광분하는 쩨쩨한 시장'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이 주민투표 패배의 원인이 아니었겠는가. 궁지를 모면하려고 '25% 얻었으면 승리한 것'이라며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의 말을 달콤하게 여기지 말고, 깔끔하게 털고 일어나 75% 시민의 뜻을 안 것에 대해서 춤을 추라.
저작권 ⓒ 이야기마을™, 1997~2014. 마을지기: 전대환. 모든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이름 *'이야기마을'은 특허청에 등록된 서비스표입니다(제41-0179291호).
온라인 오프라인 출판 분야에서 이 사이트 외에서는 '이야기마을'이란 이름을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사이트저작권]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2011-08-26 (Fri)
마을지기 [2011-08-28 14:56]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