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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직접민주주의를 생각해볼 때다!
[전대환 칼럼] 직접민주주의를 생각해볼 때다!
2012-01-09 (Mon) 마을지기 [2012-01-09 15:47]
전대환 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직접민주주의를 생각해볼 때다!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기사입력 2012-01-09 15:09
지난해 말 제주도의 어느 교회에서 건물에 "○○교회 신앙공동체는 주님의 뜻에 따라 한미FTA를 반대합니다!"라는 펼침막을 하나 내걸었다. 누가 이것을 사진으로 찍어서 트위터에 올렸기에 리트위트(추천)를 했더니 트위터 친구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선하다, 개념교회다, 나도 저 교회에 나가고 싶다… 등등 칭찬 글이 대부분이었지만 주님의 뜻을 마음대로 해석하지 말라는 등 이의를 제기하는 것들도 가끔 있었다.
한미FTA가 옳은가 그른가를 논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교회뿐만 아니라 다른 교회들에서도 꽤 여러 곳에서 비슷한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었는데, 알아보니 대부분 '공동의회'의 결의를 거쳤다고 했다. 공동의회라는 게 교회의 최고의결기구이니, 공식적으로 교인의 총의를 모았다는 뜻이다. FTA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전체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서 의사표시를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옛날 유대인들이 금과옥조로 여겼던 것이 '율법'인데, 흔히 율법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권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재미있는 기록이 신명기 27장에 나오는데, 거기 보면 모세는 '요단강을 건넌 뒤에, 율법 조항들을 하나하나 낭독해주고 백성들에게 동의를 구하라는 명령을 한다. 예를 들면 "이웃을 암살하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할지니라. 무죄한 자를 죽이려고 뇌물을 받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할지니라" 하는 식이다.
이번엔 당 운명 국민에 맡겨보라
여기서 '아멘'이라는 히브리 낱말의 뜻은 '예, 그렇습니다!' '동의합니다!'이다. 그러니까 백성들의 의사를 조목조목 직접 물어보고 건별로 구두동의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요즘 표현을 쓰자면 어떤 방법으로든 유권자들의 동의를 받도록 하라는 이야기다. 율법의 내용을 들고 와서 백성의 대표인 장로들에게만 동의를 구했다면 이것은 대의민주주의다. 그러나 모세는 백성들을 모아놓고 그들에게 직접 동의를 구하라고 했기 때문에 이것은 직접민주주의를 하라는 명령이었다.
지난 섣달 26일부터 어제 저녁까지 민주통합당에서 인터넷이나 전화 또는 직접방문 등의 방법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그들이 원래 잡았던 목표는 50만명이었다. 그쯤 신청을 받으면 '대박'이라는 것이었는데, 그 목표치도 사실은 '희망사항'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 접수를 마감한 결과를 보니 79만명이 넘게 신청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 때 시민선거인단이 13만명 남짓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열기다. 이들이 당 대표를 뽑고 최고위원을 결정하게 될 터인데 사실 이 제도를 썩 좋다고 할 수만은 없다. 제대로 된 정당이라면 당원들이 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렇지만 위기상황에서 '이번에는 당의 운명을 국민들에게 맡겨보자' 해서 나온 한시적인 제도라 생각하면 나쁜 것만도 아니다.
오히려 여기서 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정보기술과 모바일 기기를 잘 활용하기만 한다면 국가의 중요 정책결정을 정부와 국회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결정하게 해도 되겠다는 것이다. 한미FTA 같은 중요한 조약을 체결할 때나, 미디어 법 같은 중요한 법을 제정할 때, 또는 4대강 사업과 같은 큰 국책사업을 시작할 때, 정해진 법률에 따라 국민들의 의사를 직접 물어보면 갈등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구성원 의사 제대로 반영돼야
우리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도 당선만 되면 국민들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더 챙기고, 신문이나 방송도 권력자를 잘못 만났을 때 편집이나 보도의 왜곡을 일삼는 등 제구실을 못하는 현상을 보면서, 적은 비용으로 국민투표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이런 제도가 더 절실해짐을 느낀다.
사람이 자기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그 의사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를 받는 구성원이 많으면 조직의 결정에 권위도 서지 않고 조직 자체도 오래 가지 못한다. 가정이든 사회든 나라든 구성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돼야 건강하게 유지된다. 대의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할 때 쓰는 보완책일 뿐이다.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다면 마땅히 그 방식으로 가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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