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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를 살리는 일만 명
구미를 살리는 일만 명
1995-03-01 (Wed) 전대환 [2004-09-27 21:51]
전대환 구미신문
서두부터 성경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목사의 직책상 "배운 도둑질"일 수밖에 없지만, 성경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소돔>이라는 저 유명한 도시가 멸망 직전에 있을 때, 그 도시를 살리고자 노심초사했던 아브라함이라는 이는 궤멸의 책무를 띠고 온 하늘의 사자(使者)에게 부탁했다. "이 도시에 의인(義人)이 쉰 명이 있다면 그들도 한꺼번에 죽어야 합니까?" 사자는 "의인이 그만큼 있는데 어찌 이 도시를 멸하리. 그럴 수는 없지" 하고 대답했다. 그러나 아무리 손을 꼽아 보아도 의인 정족수가 미달되자 아브라함은 다섯 명씩 열 명씩 의인 정족수를 줄여 나가는 기발한 협상술을 폈다. 그러나 도저히 그 이하로는 협상하기 곤란한 숫자인 열 명까지 깎아 놓고도 아브라함은 도시의 멸망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사사오입 법까지 고려했음직하지만 의인 열 명을 찾아낼 도리가 없었다. 결국 소돔 성을 멸망했다.
바닷물이 썩지 않는 이유는 소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닷물이 소금 투성이인 것 같지만 사실상 소금의 농도는 4%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4%의 소금 때문에 바닷물은 썩지 않는 것이다. 위의 가정(假定)을 받아들인다면, 우리 구미시가 그런 대로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버티어 온 것도 이 정도 퍼센티지의 소금 시민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계산하기 좋게 어림잡아 구미 시민을 25만이라고 치면 그 중의 25분의 1은 1만 명이다. 각자 생각해 보자. 나는 과연 25만 중 별난 1만에 끼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소금 시민이란 어떤 시민이어야 할 것인가? 첫째, 깨끗한 시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전자 치고 교통경찰에게 뇌물 1~2만원 안 줘 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남의 돈 1만원을 훔치면 큰일 낼 도둑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교통 경찰에게 주는 돈은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적은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는 교회나 사찰(寺刹)의 건축 허가를 위해서도 뇌물이 오간다는 이야기까지 듣는다. "성경을 읽기 위해 초를 훔치지 말라"는 탈무드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아무리 좋은 목적이 있은들 과정이 깨끗하지 않으면 이 일을 어쩌리. 우리는 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에 돈을 쓰는 것은 뇌물이 아니라는 착각 속에 산다. 남의 불륜은 스캔들이고 나의 불륜은 로맨스라고 생각하듯이 말이다. 깨끗함이란 뇌물을 주고받지 않는 데서부터 출발함을 잊지 말자.
둘째, 소금 시민은 정직한 시민이다. 자고로 아름다운 거짓말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결혼한 남의 배우자는 흉해도 멋지다고 말해 주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이 이미 산 물건은 잘 못 샀어도 '참 잘 샀다'고 말해 주라는 것이다. 이 정도의 거짓말이라면 얼마든지 애교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기에게 유익한 장면이면 거짓말이 거의 무한대로 용납된다는 데 있다. 특히 공인(公人)이라 하면 직업적인 거짓말쟁이로 치부해도 크게 실수가 되지 않는 풍토이니 속된 말로 같잖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실하자. 혼자 정직해 봐야 자기만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나 한 사람이 정직하면 내 주위의 25명쯤은 정직한 풍토에 젖어들 수 있다.
셋째, 너그러운 시민이 소금 시민일 것이다. 흔히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느니, 나아가 '말 많은 예수쟁이'라는 비아냥거림이 과거에 많았다. 깨끗하고 정직하지는 않으면서 따지기만 좋아한다는 빈정댐일 것이다. 내 자신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깨끗하자. 엄격하게 정직하자. 그러나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최대한 너그럽자. 깨끗하지 못하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의 너그러움은 '적당한' 타협과 악에의 동조일 수 있지만, 깨끗하고 정직한 사람의 너그러움은 <자비(慈悲)>에 다름 아니다. 깨끗하려고 애쓰고 정직하려고 노력하면서도 티내지 않고 너그러운 사람들 1만 명이 구미에 있다면 구미는 그야말로 낙원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혹시라도 이번 6월의 지방 선거 후보자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더욱 행복하겠다. 더 나아가, 구미 시민 25만 명이 모두 이렇게만 된다면 6백2십5만 명이 행복해 지지 않을까? 구미를 살리는 나, 경북을 살리는 구미, 한반도를 살리는 경북, 지구를 살리는 대한민국! 가슴 뿌듯하고 살 맛 나는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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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3-01 (Wed)
전대환 [2004-09-27 21:51]
[잡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