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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환 칼럼] 판단은 국민이 한다!
[전대환 칼럼] 판단은 국민이 한다!
2013-11-06 (Wed) 마을지기 [2013-11-06 16:05]
전대환 석간내일신문
[전대환 칼럼] 판단은 국민이 한다!
전대환(한울교회 목사 | 구미 YMCA 이사장)
지금부터 10년쯤 전 '대통령 탄핵' 이슈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았다. 2004년 3월 12일 국회의원 193명의 찬성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고, 두 달 뒤인 5월 14일 헌법재판소가 기각 결정을 내리기까지 정국이 요동을 쳤다. 10년 만에 헌법재판소는 또 다시 뜨거운 감자를 받아 들었다. 박근혜정부는 어제 오전 국무회의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안을 의결한 뒤 유럽 순방 중인 대통령으로부터 전자 재가를 받아 일사천리로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소속 의원들의 직무와 정당 활동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다. 통합진보당의 운명이 헌법재판관 아홉명의 손에 맡겨지게 된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이정희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식 이름인 '다까끼 마사오'까지 들먹이며 "나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나왔다"라고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공언했을 때, "만일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정희가 무사할 수 있을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 설마 그까짓 일로 보복이야 하겠어?"라며 박근혜 후보의 인품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만 1년 만에 그 얄미운 이정희가 대표로 있는 통합진보당이 지푸라기 하나 잡을 수 없는 백척간두에 서게 되었다. 박 대통령의 계산된 의도였든 아니든 모양새는 염려하던 쪽으로 가버렸다.
헌재 손에 맡겨진 진보당 운명
박 대통령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가 10년 전의 대통령 탄핵 청구에 비해서 위험부담은 크지 않으면서도 실리는 충분히 챙길 수 있는 카드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는 그동안 '종북' 딱지를 어지간히 붙여 놓았으니 국회의원 여섯 명밖에 안 되는 그런 정당 하나쯤 없어진다고 국민들이 크게 아쉬워하겠느냐 하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이 일을 어제 전광석화처럼 처리해버렸지만 모르긴 해도 사전 준비 작업은 상당히 했으리라고 짐작된다.
그런데 이 일이 과연 그들의 생각대로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일까. 국회의석을 가진 정당에 대해 정부가 해산심판을 청구한 일은 우리나라 헌정사상 없었던 일이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사례다. 거의 사문화되다시피 한 법조항을 끄집어내서 칼자루를 휘두른 것이다. 10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낸 것도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초유의 일'이라 하니까 듣기에는 그럴듯해보일지 몰라도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하지 않을 일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뿐더러, 궁지에 몰려 있을 때 쓰는 무리수인 경우가 많다.
'초유의 일'이지만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일을 벌였다가 낭패를 당한 일이 34년 전 10월에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당시 신민당 총재인 김영삼 의원을 제명시켜버린 일이다. 1979년 10월 4일 오후 4시경, 공화당과 유정회 의원 159명이 야당의원들이 점거하고 있던 본회의장을 피해 의원총회장으로 몰려가서 김영삼 제명안을 10분 만에 통과시켰다. 무술경관 수백 명의 호위를 받으며 비공개로 처리한 사건이었다. 그날 이후 박정희 정권은 급전직하하기 시작했다.
진보당 곱게 안 보는 국민들 많지만
통합진보당을 곱게 보지 않는 국민들도 물론 많이 있다. 그렇다고 엄연히 국민들이 뽑아준 의원들이 있는 정당을 해산시킨다? 이건 아니다. 탄핵의 수모를 겪기 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었던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갖다 붙여 탄핵을 시도했을 때 그 후폭풍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34년 전에 김영삼 의원이 전 국민의 영웅이었던가? 그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당한 이유를 대며 그를 제명시켰을 때 국민들은 들불처럼 일어났다.
아무리 포장을 잘해도, 대한민국 국민은 정권의 허황된 논리에 무작정 춤추며 따라가는 무지렁이가 아니다. 그것은 해방의 역사와 민주화의 과정이 증명한다. 급격한 소용돌이를 피하기 위해 웬만한 건 이해하고 넘어가주는 아량을 가졌지만, 자신들의 고유한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느낄 때는 무섭게 일어나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이다.
그 정당이 존속해야 할지 없어져야 할지는 국민이 판단한다.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덤벼드는 관권선거만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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