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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의 교훈
영산강의 교훈
1994-04-16 (Sat) 전대환 [2004-09-28 01:58]
전대환 천리안 작가방
어떤 젊은이가 소크라테스를 찾아왔다. 당대의 유명한 스승인 소크라테스로부터 한 자락 배워 보겠다는 것이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명성을 듣고 먼 곳으로부터 찾아왔습니다. 부디 저를 물리치지 마시고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저는 선생님으로부터 고고한 철학의 지식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래도 선생은 인자함이 있어, 젊은이를 데리고 물가로 나갔다. 젊은이는
‘무엇인가 좋은 것을 가르쳐 주시려나보다’
생각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선생을 따라 나갔다.
“나를 따라 들어오게”
하고 선생은 물 속으로 자꾸 들어가는 것이었다. 젊은이는 아무 소리 않고 시키는 대로 따랐다. 물이 허리까지 차는 곳에 이르렀을 때, 선생은 갑자기 청년의 머리채를 움켜 쥐더니 물 속에 박아 넣는 것이 아닌가!
한참이나 그렇게 머리채를 쥐고 있으니, 아무리 장정인들 견뎌낼 리가 없는 일. 드디어 기절을 하고 말았다. 그제야 선생은 그를 물가로 끌어내어 의식을 회복시켰다.
“아니, 선생님, 이게 뭐 하시는 일입니까?”
“좀 어떤가?”
“하마터면 죽을 뻔했습니다.”
“그래, 물 속에 있을 때 가장 생각나던 게 뭔가?”
“그야 숨 쉬는 일이지요.”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이르고 청년을 돌려 보냈다고 한다.
“그렇겠지. 물 속에서 숨쉬고 싶어하던 심정으로 학문을 한다면 자네는 성공할 수 있을걸세. 돌아가 보게.”
지구의 오염 때문에 매일 하나의 종자가 소멸되어가고 있고, 해마다 한반도의 3/4 넓이의 열대삼림이 죽어가고 있으며, 10년마다 바다의 수위가 1.5미터씩 높아질 뿐만 아니라, 오존층 파괴로 지구 온난화 현상이 일어나 각종 이상기후와 천재지변이 잦아진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 이야기다.
급기야는 이런 일들이 먼 이웃의 일이 아니라 우리들 코앞에 닥친 문제가 되었다.
“영산강 오염으로 목포지방 수돗물 공급 중단”이란 신문 기사가 아직 모퉁이 기사로 자리잡을 정도로 여겨지고 있는지는 모르나, 심각함의 정도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음직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강 바닥과 웅덩이 등에 축적되어 있던 오염물이 비기 옴으로 해서 위로 떠올라 물고기가 떼죽음을 맞고, 식수로는 말도 못 붙일 지경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것이 어찌 목포 지방만의 문제겠는가? 낙동강 페놀 사건이 엊그제 일이고, 날이 갈수록 오염의 정도가 입에 담지 못할 지경으로 되어가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내가 마시는 물은 먹고 죽을 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때이겠는가?
소크라테스에게 물먹은 그 청년은 과연 물 속에서의 절실함을 그 이후에도 잊지 않았을까? 요즈음 목포 지방이 시끌벅쩍한 모양인데, 그 약발이 과연 얼마나 갈 것인가?
2천년 전 바울이란 이는 이렇게 말했다. “세월을 아끼십시오. 때가 악합니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달으십시오”(ꡔ신약성서ꡕ 에베소서 5:16-17). 주님의 뜻이 아닐지라도 부처님의 뜻, 공자님의 뜻, 또한 어느 성현(聖賢)의 뜻이 강물을 똥물로 만드는 인간들을 용납하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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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4-16 (Sat)
전대환 [2004-09-28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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