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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당 자리를 잘 보는 유명한 스님이 있었다. 묘자리를 봐 주었다 하면 백발백중 스님이 예언한 대로 그대로 되었다. 이 소문을 듣고 어떤 백정이 솔깃했다. 이 친구는 온갖 고생을 다 겪으며 천신만고 끝에 돈을 많이 벌어 놓고 있었다. 돈을 많이 벌은들, 여전히 사람들이 자신을 인간으로 취급해 주지 않는 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옳거니, 그 스님을 찾아 가서 사정을 하면 뭔가 좋은 해결책이 있을지 모르지’
하며 수레에다가 돈을 잔뜩 싣고는 그 스님이 계신 절을 찾았다.
“스님, 저는 요 아래 사는 백정 놈입니다. 듣자 하니 스님께서는 명당 자리를 찾는 일에 고명하시다는데, 제 소원 하나를 들어 주십시오.”
“그래, 소원이 무엇인지요?”
“사실 보시다시피 저는 천한 백정입니다. 그 동안 힘껏 노력해서 재물은 남 부럽지 않게 모았습니다만, 남들로부터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고 사는 것이 씻지 못할 한입니다. 저야 이제 다 살아 가는 마당에 무슨 바램이 더 있겠습니까만, 자식놈들에게까지 이 일을 물려 주려니 가슴이 메입니다. 부디 저에게 명당 자리 하나를 보아 주시어, 제 후손들은 제발 이 천한 일을 하지 않고 벼슬길에 오를 수 있도록 해 주신다면 그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으니, 제 소원을 좀 들어 주십시오.”
“허허, 사람의 운명이란 부처님께서 정하시는 법. 또한 산 속의 수행자가 무슨 돈을 필요로 하겠소? 그러지 말고 부처님을 충심으로 섬기시오. 그러면 해결책이 있을지도 모르니...”
거기서 물러날 백정이 아니었다. 둘러 보니, 절을 짓다 만 것이 눈에 뜨이는지라, 필사적으로 스님께 매달렸다.
“스님, 보아하니 지금 절을 짓는 불사를 중단하고 계신 듯 하온데, 제가 이 절을 완공할 수 있도록 천 냥을 내겠습니다. 제발 물리치지 마십시오.”
불자가 부처님께 예물을 드린다는데, 말릴 근거도 명분도 없었고, 또한 불자가 스님께 부탁하는 일을 거절만 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할 수 없이 스님은 허락했다.
“알았소. 지세(地勢)를 살피려면 조산(朝山)도 봐야 하고 날이 좋아야 하니, 가서 마음을 준비하고 있다가 이 달 보름에 올라 오시오”
하고는 백정을 내려 보냈다.
정한 날이 되어 백정이 올라왔는데, 그 날은 비가 몹시도 쏟아져서 도저히 자리를 볼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스님은, 열흘 후에 다시 올라오라고 하였다.
백정은 돌아갔다가 정한 날이 되어 다시 올라왔다. 그런데 그 날은 안개가 짙게 끼어 앞뒤를 분간할 수가 없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 산에 올라온 백정은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안개란 한낮이 되면 자연히 걷히게 되는 법이니까. 그러나 어쩐 일인지 안개는 해가 질 때까지 계속 끼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날도 허탕을 친 백정은 몹시 기분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허, 날이 계속 이렇게 안 좋아서 미안하게 됐소이다. 다음에는 당신이 날을 정하여 올라오도록 하시오”
하고는 스님이 백정을 내려 보냈다.
이번에는 백정이 날을 잡아서 올라왔다. 산에 올라오는 동안 계속 날이 좋았다.
‘이번에는 됐겠지’
하고 힘차게 스님을 불렀다.
“스님, 오늘은 날이 좋으니, 가시지요.”
“그렇게 합시다.”
명당을 찾아갈 때까지 날은 계속 좋았다. 그런데, 지세를 살필 지점까지 왔을 때 갑자기 바람이 심하게 몰아쳐 눈을 뜰 수가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점심 때가 지나도록 바람이 그치지 않아, 그 날도 어쩔 수 없이 같이 산을 내려 오는데, 한 10리 쯤 내려오니 언제 그랬더냐는 듯 바람은 잠잠해지는 것이 아닌가. 스님은,
‘이게 부처님의 뜻이 아니로구나’
하고 백정을 설득하여, 후에 기회가 닿으면 자리를 보아 주겠노라고 했지만 백정은, 이 중이 도술을 부려 묘자리는 안 봐 주고 돈만 떼어먹으려 한다고 생각하고는 화가 끝까지 치밀어 올라, 스님을 묶어다가 장에다가 팔려고 내려왔다.
마침 이 꼴을 보던 어떤 양반이 내력을 물어 자초지종을 듣고는 자기가 돈 천 냥에 스님을 샀다.
스토리 전개상 스님은 이 양반에게 좋은 묘자리를 봐 주었음은 당연한 이야기고, 이 사람의 가문에서 3대째 연속 정승이 나왔다고 전한다.
옛 어른들이 이르기를,
‘돈이 사람을 따라 와야지, 사람이 돈을 좇아 다니다가는 패가망신한다’
고 했다. 명당 자리도 사람이 그 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명당 자리가 사람을 찾는 법인가보다. 인덕이 있으면 주위에 사람이 모이고, 재물도 따르게 마련이다. 사람이 명예를 좇는다고 되는 일이 역시 아니다. 덕이 있으면 명예가 사람을 따르는 법. 그래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덕을 쌓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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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02-09 (Wed)
전대환 [2004-09-28 01:55]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