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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떡
그림의 떡
1999-04-16 (Fri) 전대환 [2004-09-28 00:45]
전대환 내일신문
“장애인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중략) 국가와 사회는 헌법과 국제연합의 장애인권리선언의 정신에 따라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이루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장애인 인권헌장의 앞부분이다. 얼마나 흐뭇한 소리인가. 이 뒤에 따라 나오는 열 세 가지 실천 항목도 구구절절이 지당한 말씀들이다. 장애인은 자신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제공받아야 할뿐만 아니라 필요한 교육도 받을 수 있고, 절대로 차별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취지의 헌장이다.
올해도 장애인의 날이 몇 일 남지 않았다. 정부 주관 행사 외에도 각 단체에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해 놓고 각 장애인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했다. 그 날 행사에 참여하면 경품도 있고 시상식도 있고 간단한 체육대회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무료로 교통 편의도 제공해 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제 이만 하면 우리나라 복지정책도 꽤 발전했다’고 할만도 하다. 실제로 전면 부정할 수는 없다.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된 것이 1981년 6월이고, 그 전문을 개정하여 장애인복지법으로 바꾼 것이 1989년 12월이다. 국가에서 장애인 등록을 받아 체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1988년 11월이고 보면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요즈음은 거의 매년마다 장애인 복지시책을 새롭게 내놓을 정도로 장애인에 대한 국가적인 배려가 체계화 되어가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막상 장애인으로서 받을 수 있다고 하는 혜택을 받아보려고 하면 처음부터 콱 막혀버리는 것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서 장애인이 출퇴근용 차량을 구입하고자 하는 경우 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1천만 원 한도의 자금을 저리(低利)로 융자해 주고 있는데, 서류상으로는 구직 희망자도 가능하게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직장의료보험증이나 (직장)국민연금 가입확인서 등을 요구하고 있어, 안정되고 확실한 직장이 없는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리고 장애인 생활안정자금 융자 제도가 있는데, 이것 역시 안정된 직장에서 3년 이상 근속한 사람에게만 자격이 주어지게 되어 있다. 그러니 경제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직장을 얻으려고 애쓰는 장애인이나 뭔가 자영업을 해 보고자 하는 장애인에게는 역시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혜택이 주어지는 것들도 있는 가운데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열심히 일하는 담당 관리들에게 좀 미안스럽기는 하지만, 실적(實積)보다는 실효(實效)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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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4-16 (Fri)
전대환 [2004-09-28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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